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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병 속의 새 5 외1편 / 송유미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6/27 [22:27] | 조회수 : 238

 

  © 시인뉴스 포엠



 

소주 병 속의 새 5  

 

                                                     송유미                                                              

  내 귓속에는 새 한 마리 산다…푸른 강이 흐르는 나팔관이 산다 강을 따라가면 옛날 애인이 울고 있다 거대해진 내 몸 속에서 KTX 기차가 떠나가고, 기억의 녹슨 철길  따라 걷다보면…서울역 나오고 노숙자, 나의 아버지, 나의 삼촌들 구걸을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빈 소주병을 흔들며 앞으로 열심히 잘 살 테니 천원만 빌려달라고 새처럼 징징 운다

 

   나는 병 속에서 우는 새…내 몸은 울수록 가벼워지는 소주병. 오른 쪽 귀를 쏟아내면 온종일 TV 브라운관 속에서 우는 새소리 쏟아지네 사각의 작은 수족관 속에 몸을 구겨 넣는 거인의 눈에서 모래사막이 쏟아지는데, 방청석에서는 빗소리 쏟아진다네…

 

                         이보게,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네

 

  내 귓속에서 한 평생 이명 앓는 당나귀 같은 작은 내 어머니가 산다 산 너머 저편 또 산 너머 저편 꽃상여 끌고 가는 곡비들 산다 나의 멘토, 청바지 입은 부처님 맨발이 한 자 나온 관 앞에서 울지 못하는 제자들 꽝꽝 제 가슴에다 못질만 한다

 

누가 매일 내가 마시고 버린 소주병 속에 새들을 집어넣나

그대 속상해 마시고 내 놓은 황금빛 병속에는 왜 새들은 살지 않나

 

 

 

 

 

 

 

 

 

 

 

 

길은노란모자를쓰고…흥얼흥얼

                                         

 

더듬더듬 눈 먼 지팡이 하나

길의 눈알을 곶감처럼

하나씩 빼먹으며 지나간다.

톡톡…꿈이 닿지 않는 키보드처럼

제대로 밟아보지 못한 아쉬운 길도

텅 빈 머릿속을 지나가고 있다.

감추어 놓은 욕망처럼 숨은 길은

길 안에서 자꾸 실타래처럼 꼬인다.

항상 안으로 꼬리를 감춘 길이 문제이다.

어떤 길은 걸어갈수록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어떤 길은 등나무처럼 끈질긴 절망을 이기고

디아스포라, 먼 하늘에 닿기도 한다.

몸부림칠수록 몸이 더러워지는 길도 있다.

뉘우침으로 뒤범벅 된 길들의 탄식은

김삿갓의 모자 같은 점자보도블록이

힘없이 끊어진 곳에서만 들리고, 어둠에 빠진 길들이

맨홀 뚜껑을 열고 나와 대로를 질주하기도 한다.

제대로 노후대책도 없이 직장에서 모가지 잘린  

늙은 아비의 길은 점자보도블록만 골라 걷는다.

캄캄하게 길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흥얼흥얼…길은 노란 모자를 쓰고…

 

 

 

약력: 02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검은 옥수수밭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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