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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러스 나무와 해바라기의 상관관계 / 양현주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6/30 [11:09] | 조회수 : 112

 

  © 시인뉴스 포엠



사이프러스 나무와 해바라기의 상관관계

 

 

양현주

 

 

 

 

  당신을 숨어 우는 바람이라고 부르자, 거세당한 외로움이 꺾인

모가지가 그늘 쪽에서 한 권의 정물화가 되었어요

 

  빛을 쫓던 꽃은 갑이예요

  열다섯 해바라기가 방 안 가득 범람했지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왼쪽 밤이 누구에게나 있어요

 

  보낸 것도 아닌데 보낸 것처럼

  적막이 입꼬리를 물고 뚝, 잘린 내 귀를 잡아당길 때 없는 귓바퀴가 젖어요

 

  친구가 떠나고 고개 숙인 작업실에 노란 태양을 들여놓았어요

  간헐적 안부가 끊어지고 매서운 나무들이 아를(Arles)에 가득했지요

 

  밤을 옭아매는 행위가 지금은 코로나19 봄이라는 뜻

  복숭아꽃 쏟아지는 봄날 기껏 바람이 그리는 붓놀림이나 지켜보고 있자니 분홍 분홍한 입술에 기 빨리고 우두커니 혼자 바람에 꽂혀 있어요

 

  사이프러스 단내에 취해 나무가 있는 집으로 꽃이 들어서요 그것은, 해바라기 꽃말로

  당신을 부르는 행위

 

  구름 건너 밀밭 길 사무친 사이프러스

  점묘법으로 점...

  햇볕 알갱이처럼 찍고,

 

 

 

 

 

 

 

바닷가 피아노

 

양현주

 

 

 

슬픔이 부딪치는 색깔은 하얗다

 

바람은 파도를 흩어 음계를 만든다

산등성이를 천천히 넘어 심해로 기우는 저녁이 있다

어렴풋이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악보

붉음이라는,

 

꿈이 다섯 번의 모서리를 분질러 바다로 떨어졌다

부두에 닿은 배의 목울대가 아팠다

 

세상 밖으로 짠물을 퍼내며 저무는 것들은

저마다 착했고 저마다 핑계가 그럴 듯했다

 

물무늬는 순식간에 지워지기도 했고

낮은 옥타브를 까맣게 그려 넣기도 했다

둥글게 말다가 꺾이는 높은음은 숨길 수 없었다

 

조석으로 색이 바뀌는 동안 깃발은 몇 번이나 찢어졌을까

 

불안장애를 앓는 파도는 지평선에 그린 벽화를 찾느라

하루를 내 걸었다

 

한밤 피아노 치는 소리를 등대에 앉아 듣고 있는데

후렴은 별을 뱉어냈다

 

그날 바다로 침몰하는 인연을 함부로 건질 수 없었다

 

 

 

 

 

 

 

 

양현주 약력

 

* 2014년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

* 2018년 시산맥 기획시선 공모당선 시집 『구름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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