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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외1편 / 김욱진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7/06 [16:03] | 조회수 : 451

 

  © 시인뉴스 포엠



 

 

,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시집 한 권 냈다고

팔십 평생 땅뙈기 일구고 산 오촌 당숙께 보내드렸더니

달포 만에 답이 왔다  

까막눈한테 뭘 이래 마이 지어 보냈노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시를, 우린

시래기 국만 끓여 먹고 살아도 배부른데

허기야, 물 주고 거름 주고 애써 지은 거

아무 맛도 모르고 질겅질겅 씹어 봐도 그렇고

입맛 없을 때 한 이파리씩 넣고 푹 삶아 먹으면 좋것다

요즘은 시 나부랭이 같은 시래기가 금값 아이가 

이전에 장날마다 약장수 영감 따라 와서

한 많은 대동강 한 가락 불러 넘기고

한바탕 이바구하던 그 여자

시방도 어데서 옷고름 풀듯 말듯 애간장 태우며

산삼뿌리 쏙 빼닮은 만병통치약 팔고 있나 모르것다

그나저나 니 지어 논 시 

닭 모이 주듯 시답잖게 술술 읽어보이

청춘에 과부 되어 시집 안 가고 산 아지매

고운 치매 들었다하이

 맴이 요로코롬 시리고 아프노

시도 때도 없이 자식 농사가 질이라고 했는데

풍년 드는 해 보자고 그랬는데

 

 

 

 

 

 

 

 

 

 

편을 갈라 화투를 치다 보면

패가 잘 풀리는 사람과 한 편이 되는 날은

이 눈치 저 눈치 볼 것 없이

그저 푹 무질고 앉아 싸붙이고는 엉덩이만 들썩여도

돈이 절로 굴러들어온다

 

패라는 게 그렇다

꽃놀이패에 걸려

패싸움하다가도

팻감이 없으면

한 방에 패가망신하기도 하고

 

패거리도 그렇다

얼씬 보기엔 반상 최대의 패처럼 보여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이 패거리 저 패거리 기웃거려 보는 거다

별 밑천 없이 들락날락하기도 편하고

급할 시는 그 패를 마패처럼 내밀어

은근슬쩍 방패막이로 써먹기도 하고

 

팻감이 궁할 땐

이 패에서 저 패로

저 패에서 이 패로

철새처럼 줄줄이 옮겨 다니면서

늘상 화기애애한 척

돌돌 뭉쳐 돌아다니며 놀고먹기엔 딱 그저 그만이다

패가 폐가 되는 줄도 모르고 

패거리가 난무하는 세상  

 

한구석엔

패도 패거리도 아닌 부패가 암암리 도사리고 있어

나는 일찌감치 문패조차 내걸지 않았다

 

 
 
 
 
 

김욱진 약력 : 2003년 시문학 등단

       시집 『비슬산 사계』 『행복 채널』 『참, 조용한 혁명』

       2018년 제 49회 한민족 통일문예제전 우수상 수상

       2020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한국문인협회 달성지부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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