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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에 대한 바리에이션 외1편 / Daisy Kim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7/15 [15:13] | 조회수 : 293

 

  © 시인뉴스 포엠



 

유리에 대한 바리에이션

Daisy Kim

 

 

 


달이 뱉어낸 둥근 호흡이 가지런한 수면 아래로 풀어지며 푸른 몰락으로 잠든 날에도 너는 어쩌면 물의 세이렌이 깨지지 않는 잠 쪽으로 데려다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지 몰라

꿈을 뭉치면서 잠을 만들던 나날이 길어져도 너는 물무늬와 달그림자 사이에서 어떻게 잠드는지 아는 것처럼 사실은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물의 바깥을 걷는 시간이 새로운 세상에 던져진 채 물과 달이 섞이는 시간을 걷는 것처럼 조각나기 쉬운 것인데도 너의 온몸은 달처럼 부풀어 올랐지

달의 귀에 잠을 걸어 두는 밤에도 물의 푸른 눈은 속눈썹이 길어지는 소리를 내며 밤의 정물이 되었는데 너는 물 위에 잠을 뉘이며 달의 산란이 현실에 가까워지는 소리를 듣고 있는지도 몰라

꿈 밖은 누가 밟았는지 실금이 간 달이 밤새도록 부서지고 있는데,







계단의 상상력

Daisy Kim

 

 


계단 위에 앉아 있는 먼지들이
깃털의 가벼움을 가져다 쓴 은유라면
날아갈 듯 높은 바람과 제논의 화살 같은 녹슨 시간의 바퀴가 버려야 할 숱한 낱말이라면

벽을 등지고 앉아 있는 책상은 선한 이웃을 삼고 싶어

그냥 적어본 시어들에 밑줄을 긋는 나

계단을 오르면 아침의 이마가 어제의 그림자를 밀어내고 나는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몇 겹의 밑줄을 긋고 또 긋네

곧 버려질 시간의 다발을 묶으면 내일은 한 다발 싱싱한 화병이 필요할 텐데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내가 붙박여 고정된 관념이라면
계단은 발아래 넘어진 바닥을 짚네
부러진 다리는 없지만 딱딱하게 굳은 모서리가 절룩이는 행간을 지나가네

계단에 대하여 쓰는 일은
미완성의 문장이 끝없이 반복되는 일

나, 오랫동안 구석을 버리지 못하고
내가 계단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네

단 한 장의 계단이라는 페이지를
나, 집중하며 써 내려가고 있네



월간 우리詩 2020년 6월호 발표




Daisy Kim
서울츨생
하와이 거주
2020년 미네르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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