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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 아침 외 1편 / 이주희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7/17 [11:13] | 조회수 : 200

   

  © 시인뉴스 포엠



 

                                    말복 아침

                                              이주희

 

 

별도 달도 초롱초롱한 어둠 속에서

수탉이 목청을 높인다

부창부수라는 듯 암탉이 화음을 넣어준다

아빠 엄마를 거들고 싶은지

병아리들 종알거림이 이어진다

며느리가 안방에서 살그머니 나오는 소리에

거실도 주방도 단잠에서 깨어난다

부사리의 대찬 기상노래가 오늘 따라 우렁우렁하다

목매기송아지 어스럭송아지도 복창을 한다

창밖이 기지개를 켜고 먹빛이 옅어진다

돼지 참새 까치 개 멧새까지 끼어드니

온 마을이 들썩들썩거린다

텔레비전 수다에 거실도 꽤나 수럭수럭하고

부지런쟁이 옆집 할아버지가 경운기에 시동을 건다

 

도마질 소리 압력솥 딸랑거리는 소리가 날아다니고

전 부치는 냄새 칼칼하게 갈치 졸이는 냄새에

인삼 대추 마늘 밤 넣은 삼계탕 냄새가

조심스레 방문을 두드린다

 

 

 

 

 

 

 

 

 

 

 

 

 

                   떨잠

 

 

 

은하수 건너가 이십 년 남짓 독수공방하던 엄마

다시 만난 아버지와

신접살림 재미가 마냥 쏠쏠해 보인다

이가 시원치 않다며 독차지하던 눌은밥 대신 받은

고깃국에 각색 전이 어우러진 생일상이

축하주까지 곁들여 제법 근사하다

평생 손끝에 물기 마를 날 없이

무색 깡동치마 흰 고무신 차림이던 엄마

일광단으로 지은 생일빔에 한껏 수수러진다

일산(日傘) 함께 받쳐 쓰고

향원정 앞뜰이라도 거니는지

당초문 수복문(壽福紋) 어우러진 스란치마와 숨바꼭질하는

옥색 비단신이 화사하다

남겨둔 여섯 자식네 소식이라도 전하는 걸까

살짝 구름이 드리웠다가

이따금 배꽃 같은 웃음이 팡팡 터지기도 한다

쪽 찌고 은비녀 꽂았던 머리에선

실바람이 불 때마다

나비잠()이 할미꽃처럼 팔랑거린다

 

 

 

 

 

 

 

 

 

약력 : 2007<시평>으로 등단. 시집 『마당 깊은 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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