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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기 좋은 날 / 주영헌

홍수연기자 | 입력 : 2020/08/19 [10:59] | 조회수 : 385

 

빨래하기 좋은 날

 

 

        주영헌

 

 

날이 좋아서

 

아픔과 슬픔, 아쉬움까지 툭툭 털어

빨랫줄에 널었습니다

 

채 털어내지 못한 감정들이

눈물처럼 바닥에 떨어져 어두운 얼룩을 남기지만

 

괜찮습니다,

금세 마를 테니까요

 

날이 좋아서

이번에는

 

한나절도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영헌 시인》

충북 보은 출생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09년『시인동네』시 등단, 2019년『불교문예』평론 등단

시집『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16)

네이버 블러그 <시를 읽는 아침> 운영, 월간 <시를 읽는 아침> 발행

 

 

 

 첫 시로 주영헌 시인의「빨래하기 좋은 날」을 소개한다. 이는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다. 현재 내겐 이 시인의 따뜻한 위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간 낭종 제거 시술 이후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며, 몇 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그리고 많이도 울었다. 그 리고 나는 생각했다. ‘내 나이 60! 나는 더 이상 착하게 살지 않겠다.’ 고 결심했다. 이 지긋지긋한 오지랖 넓은 성격과 이별하기로 작정했다. 그렇게 뜬 눈으로 고통 속에서 몇 날인가의 밤을 지새운 어느 날 아침, 나는 나도 모르게 허공중에 외쳤다. ‘내 나이 60! 나는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고...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앞으로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 것이다. 여기에서의 이기적이라는 말은 나를 끔찍히 사랑하며 살겠다는 뜻의 다른 말이다.

 

 

 그리고 우연히 이 시를 다시 읽게 되었다. 이 시는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채 털어내지 못한 감정들이 / 눈물처럼 바닥에 떨어져 어두운 얼룩을 남기지만”, 시인은 우리들을 조용히 위무한다. “괜찮” 다고, 그 까짓 눈물쯤 “금세 마를” 거라고, 더구나 “날이 좋아서 / 이번에는”, “한나절도 걸리지 않을” 거라고 속삭이듯 위로의 말을 건네는 시인에게 “고맙소. 고맙소.” 넙죽 엎드려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이 시를 읽을 모든 이들여, 어떠한 절망의 순간도 끝이 있어서 절망일 것이다. 어떠한 아픔의 순간도 끝이 있어서 아픔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어보자. 조금만 더 용기 내어 살아보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도 그 끝은 반드시 있을 것이므로, 내가 그렇게 믿으므로, 시인이 그렇게 믿으므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용기 내어 살아보자! (홍수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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