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빛의 착란 외1편 / 한영미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8/31 [10:14] | 조회수 : 410

 

  © 시인뉴스 포엠



 

 

 

빛의 착란

 

 

도착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곳에 있지 않아요

그것은 당신과 나의 궤도의 일,

 

우주의 표정으로 어떤 비유가 맞을까

서로의 태양계를 찾아 들어설 겨를도 없이,

입자를 입고 만나 어떤 형상이 진짜라고

믿어야 할까, 탐색할 기색도 없이

 

무늬를 그릴 수 없을 땐 슬픔에 중력이 생겨요

 

시간에 매달려 있다고 시가 되지 않는 것처럼

사랑에 매달려 있다고 서로가 되진 않아요

늘어난 공전처럼 헐렁해진 관계는

빈 페이지로 넘어가는 날들이 대부분이지요

 

접근 금지 푯말이라도

허락 없이 넘어설 수 있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것저것 재지 않는

속도의 문제 아닐까요

젖은 눈빛을 대고 구름을 켤 수 있었다고

 

하지만 우리가 정말 만나긴 했었던 걸까요

 

마주볼 수 없는 암흑물질처럼

죽음을 베껴 쓰고 또 베껴 쓰다보면

다음 날은 다른 유성이 올 수도 있다고,

 

흉곽에서 뼈가 이물리도록

기다림을 비틀었더니

그 안에 팔딱거리는 심장이 만져졌어요

 

 

찰나의 골자를 새겨놓은

당신이란 착란이에요

 

 

 

 

 

 

 

하루를 공치면

그 하루를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간간이 섞이는 휴일 오후,

빨랫줄에 걸린

빈 옷걸이들이 눈에 띈다

짐을 덜어낸 자리

짓눌리고 찌그러진 어깨 자국이

그대로 드러나

앙상히 빗물에 젖고 있다

 

 

 

 

2. 약력

 

한영미 / 서울 출생 / 2019년 『시산맥』등단 / 2020년 〈영주 일보〉신춘 당선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