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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유령들 외 1편/김은옥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03 [11:27] | 조회수 : 76

 

  © 시인뉴스 포엠



 

페이스북 유령들/김은옥

 

 

 

주인장 부재 중 두해 째, 대문사진이

납골당 영정사진처럼 있다

 

무한대 팔로우잉

얼굴 없는 관리자들이 얼굴을 관리하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여보시오 어딜 가셨나~

피돌기 없는 곳에 자막 같은 목소리

메아리도 없고 답도 없다

마우스 클릭, 클릭

습관처럼 들렀다 가는 행인끼리 좋아요 좋아요

 

요즘 뵙기가 힙듭니다 무척 바쁘신가 봐요,

해피버스데이, 헤브어원더풀데이, 축하드립니다, 촛불 케이크, 꽃다발, 하트표시,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주안에서 평안히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길 빕니다,

이모티콘, , , 콘…

 

영원히 열리지 않는 얼굴

 

어둠이 지키고 있는 대문을 열고  

커서 하나가 머뭇머뭇

미래의 납골당에 온 듯 쉽게 떠나지 못한다

겹쳐 들어왔던 또 다른 커서가 뒷 페이지에서

먼 행성의 빛처럼 희미하게 깜박인다

 

뜬금없는 영문자 이름이 친구 맺기 신청을 한다

열고 닫고 떠나는 손들은 별 생각이 없다 클릭 한번이면 끝

부고도 띄우지 못해 떠났어도 떠나지 않았던 수많은 페북 독거유령들

씩 웃는 모습이 사진으로만 살아있다

 

 

 

 

 

 

보여주기/김은옥

 

 

 

 

전철이 회현역에 멈추자

종이컵을 든 소년이 들어왔다

종이컵을 높이 쳐들고서 혀로 똑똑 노크 하면서

아까워 죽겠다는 듯 아우 요거 밖에 남지 않았군요 달콤해요

마시는 시늉만 하면서 입에 댔다 뗐다 건배하듯 높이 든다

승객들은 힐끔힐끔 모른 척 하려는 눈빛들이고

각종 부글거리는 생각들이 음악에 묻혀

귓속으로 쓸려 들어가고 있는데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소년의 연극적인 몸짓과 말투가

차창에 비친다

나는 남은 정거장만 세고 있다

창문에 비치는 서로의 눈이 자꾸 마주친다

눈 마주칠수록 더욱 신이 나는 듯

뭐라고 중얼거리며 히죽히죽 웃는

어느 게 제정신이고 어디까지 아픈 정신이라 할 수 있을지

갈수록 내 머리가 이상해진다

혼자놀이에 빠져서도 남의 시선을 즐기고 있는 저 소년

소년이 나를 보고 웃을 때마다 내가

구경거리가 된 듯 착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직 내릴 정거장은 한참 먼데

전철은 깊은 밤을 향해 달리고

 

 

 

 

 

김은옥

* 약력 : 2015<시와문화> 등단.

        창작21작가회, 우리시, 시산맥 특별회원. 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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