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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론 외1편 / 정령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04 [10:12] | 조회수 : 180

 

  © 시인뉴스 포엠



이불론

덮으면 감쪽같이 가려진다는, 따뜻하기로는 어머니 가슴도 대신할 수 있다는, 감긴다는 상상만으로 이야기하면 남자 품에 안기다가 유두가 짜릿하게 날 서기도 한다는 비밀이 숨어 있는, 솜이 틀어지고 풀 먹인 광목이 누벼지고 홀쳐지는 그 어둠 속에서 아궁이엔 장작불이 타고 굴뚝엔 저녁연기 모락모락, 구들장은 달아오르고. 매일 장작불은 타오르고, 밥 짓는 연기는 모락모락, 해가 반짝 고개 들고 나오면 마당엔 배꽃이 피고, 복숭아꽃이 피고, 강아지가 새끼를 낳고, 코흘리개 오줌싸개의 누런 지도가 마르고, 다듬잇돌 위에서 또드닥또드닥, 지린내가 풀풀 나는 이불 위에서 아이가 자라고, 고추가 여물고, 어화둥둥 알몸이 뒹굴고, 말리고 밟고 두드리고 다지고 덮고 감싸고 공들여 쌓은 만리장성, 자자 과거사의 실천론과 가려야할 것 제쳐두고 덮어야할 것 포개어버리는 비밀스런 성역들이 맨몸으로 활개 치는 숲속의 화원, 배꽃 밤꽃이 피었다가 사라진 잘자 현대사의 이불기술론. 아무튼 펼쳐야 푼다.

 

 

 

 

사랑

오늘은 허탕을 치지 말아야할 것이다. 해서 요령껏 넘어갈 담도 봐두고 자리도 살폈었다. 실수 없이 빈집인 걸 두 번 세 번 확인 차 초인종도 눌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신이 나서 마구 주워 담아 의기양양 대문을 열고 나왔다. 성공이다.

 

하루는 쉬어야지, 물색만 해놓고 휘파람 불며 지나고 있을 때 앗싸, 저기 또 여행가나 보다. 잘 봐 둬야지 이게 웬 떡이람 무게 나가는 것 말고, 현금 좋고, 금은 더 좋고.

 

그 놈이 그랬다. 홀라당 집을 통째로 털더니 끝내는 꾀가 생겨서 알맹이만 쏙쏙 빼갔다. 에라, 이 도둑놈아!

 

 

 

 

 

[정령]

충북단양출생.

2014계간≪리토피아≫로등단.

전국계간문예지작품상수상

시집『연꽃홍수』, 『크크라는갑』, 『자자, 나비야』.

부천문협회원, 부천여성문학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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