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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꽃 농사 외1편 / 박재옥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04 [10:18] | 조회수 : 119

  © 시인뉴스 포엠



   

 

개망초꽃 농사

 

 

폐허에는 개망초꽃 농사가 제격이다

양생*을 찾아 남원 만복사지 찾아갔더니

사랑을 잃은 공터에는 개망초꽃뿐이더라

 

한탄의 재 뿌려진 땅에 무엇을 심겠는가

땅주인은 농사 지을 의욕 잃었는데

무욕과 자포자기의 터에 무엇을

 

폐허를 뒤덮은 개망초꽃 무리 보라

방심한 배후를 기습하듯

소리소문없이 날아든 바람의 씨앗들

흰 새벽안개처럼 꽃 피웠나니

한여름 뜨거운 햇살만으로도

제법 실한 농사 지었다

아무 신경 쓸 일 없다

 

잊고 나서도 잊지 못할 사랑 있거든

한여름, 상심한 마음의 공터에 가보라

희고 자욱하게 꽃 피운 촛대들이

상처 받은 마음 위로해줄 터이니

 

농사 못 짓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득 되는 일 없다  

 

 

 

* 양생() : 김시습의 한문소설 『만복사저포기』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우리 집에 이사온 지

이십 년 훌쩍 넘은 늙은 영산홍

 

어느 봄날, 그는 기력이 다했는지

베란다 구석에서 시름시름 앓고 있다

 

붉고 탐스러운 꽃송이로

해마다 기쁨 주었던 몸뚱이는 이제

힘겹게 몇 송이 시든 유언만을 매달고 있다

 

일생일대의 깨달음을 간신히, 뭐라고

웅얼거리고 있는 듯한 반짝거림 속에서

나는 그만 울컥한 시를 읽고 간다

 

 

 

 

 

 

 

 

 

 

 

 

 

 

 

 

 

 

 

 

 

 

- 박재옥 약력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다. 2006<문학공간>에 소설로, 2014<문학광장>에 시로 등단하였다. 첫 시집 『관음죽 사진첩(시산맥)』을 발간하였으며 , <시산맥> 특별회원, <마음을 가리키는 시>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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