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우는 소 외1편/ 김려원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07 [10:24] | 조회수 : 174

 

  © 시인뉴스 포엠



 

는 소

 

 

 어쩌면 풀을 의심해봐야겠다.

 풀을 먹는 초식들은 왜 한결같이

 우는지

 열매들을 애벌레들을

 의심해봐야겠다.

 

 입 없는 것들을 추궁해야겠다. 울음이 입이 될 수는 없을까 웃음이 귀가 될 수는 없을까 입 없는 것들이 하나같이 귀를 닫아걸고 있다.

 

 한창 꽃 피운 풀을 먹는

 소의 입에서 우적우적 풀이 운다.  

 입 안이 따가워

 너무 환해서

 꽃 지는 소의 입에서

 둘둘 말린 풀밭이 운다.

 

 풀밭에 널린 소의 똥에서 슬픔들이 싹튼다.

 소는 슬픈 맛을 즐기는 풀의 입

 풀의 항문이다.

 

 꽃 핀다,

 꽃이 운다,로 고쳐 쓴다.

 

 

 

 

 

 

 

 

 

 

 

 

 머리칼

 

 

 머리칼은 체내의 감정

 일일이 챙기지 못해 질끈 묶지

 때때로 지지고 볶는 일로

 뜨거워진 바닥이 들춰지지

 

 어느 날 한가득 바람이 들면 올올의 칼, 머리의 칼, 그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수많은 칼날을 쓸어넘기지

 

 날을 품은 미세한 길들이 비의 전주처럼 공중에 흩날리지.  

 

 털은 소름의 일가붙이들,

 칼을 최초로 찾아내는 감각이지

 

 청회색 새벽이 눈뜨는 소리, 얼었던 빨래가 햇살을 잡는 기분 혹은, 젖은 허공을 뚫는 감자 싹의 독기 같은 것. 머리털은 그러나 나에게서 가장 먼 바깥의 감정, 사는 동안 셀 수 없이 잘라내고 잘라내지. 단 한 올도 아프지 않은 감정을 끊어야 하지

 

 내 귀에 가장 가까운 말과 먼 말은 털에게 물어보면 알지. 단 한 올도 아프지 않은 감정을 답해야 하지

 

 털은 그래서 체외의 감정

 거짓말을 분류하는 손의 감정

 

 

 

 

김려원

2017 진주가을문예 당선.

[우는소] 수록지  [시인광장]2018년3월

[머리칼]수록지  [애지]2018년 겨울호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