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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p & Dream 외1편 / 박봉희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08 [09:26] | 조회수 : 55

 

  © 시인뉴스 포엠



 

 Drip & Dream

 

 

 

  슬픔이 끓고

  내 온몸의 피가 거꾸로 끓고

  커피포트 물이 끓고

 

  케냐, 에디오피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자메이카, 예맨, 하와이, 브라질, 블루마운틴

  이국의 풍미

  끌리듯 끌 듯 추출하는 몽환 의식

 

  Drip

 

  꿈의 액상화, 검은 생물

  원산지는 국경 없는 마리화나이다

 

  오아시스 히아신스의 자줏빛 혓바닥

  문지르는 나비의 형광분 같은 비로오드 맛

 

  맛보기 위해 잠시 세상에 머물렀을까,

  출가하는 중얼거림처럼 내 혀끝 감도는

  바디감은 천 년 묵은 묵직함이다

 

  한 천 년 더 흐른다 해도

  온몸이 기억하는 꿈결은 흐르지 않을

 

  내가 내게 수혈하는 검은 생물

 

  Dream

 

 

 

 

 

 

 

  가차 없이

 

 

 

  배추를 다듬는데

  살이 통통한 배추벌레 한 마리가 꿈틀, 한다

  벌레보다 더 놀라

  놈을 잡아 변기 속으로 던져버렸다

 

  오줌을 누려는데

  놈이 안장 같은 변기 뚜껑에 올라타

  어디론가 황급히 가고 있는 게 아닌가

 

  놈을 잡아

  다시 변기 속으로 처넣고 물을 내려버렸다

  배추이파리를 찾아 헤매던 기억처럼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어디론가 보내버렸다

 

  감쪽같이 해치웠지만

  벌레는 자꾸 변기 위를 올라오는 듯이

  물을 내리고 또 내린다

 

  황급히 쓸려간 한 생이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어디론가 보내졌는데

  벌레보다 더 자잘한 손금을 가진 거대한 손을 본

  벌레의 그 막막한 최후가 문득 꿈틀,

 

 

 

 

 

 

 

 

 

 

 

 

프로필

 

 

박봉희

2013년《시에》등단.

시집『복숭아꽃에도 복숭아꽃이 보이고』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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