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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구이/신단향

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전선용시인 | 입력 : 2020/09/09 [15:53] | 조회수 : 255

 

  © 시인뉴스 포엠



연탄구이/신단향

 

 

스물두 개의 목구멍으로 게워내는 푸른 혀들이다

닫힌 갱도 억만 년 검은 어둠의 재잘거림이다

 

피어오르는 화기로 무엇을 집어삼키려는지

삼삼오오 수다스럽게 꽃피우는 말과 말들이

구워지며 타는 불씨 질겅거린다

 

튀는 말들은 활활 뜨거운 열기에 살점을 오그라뜨리는데

먼 곳 숲속의 저녁연기 화덕을 감싸 돌고 오르는 눈물연기

 

눈자위 내려놓은 꿈을 수천 년 단 한 번도 꾸어보지 못한 불씨가

누군가의 입맛을 칼칼하게 돋우고

등짝을 뜨끈히 달구어주기 위해 묵직이 말을 줄인다

 

한때는 생살이었던 것들이 불의 갈퀴 위에서

제 몸 태우는 절명소리

 

후끈 타오르는 불꽃의 입담은 고소하기도 해

서서히 식어가는 식욕은 화마를 잠재우고

구멍마다 끝내 다하지 못할 말들이 계속 이글거린다

 

 

신단향 시인의 시집 『상록객잔』도서출판 움, 우리작품상 수상집에서

 

 

 

 

 

 

 

 

 

 

 

 

사족)

 

모두 가난했던 시절, 연탄 한 장이면 겨울밤을 따스하게 보냈던 기억이 있다. 스물두 개의 혀가 날름거려서 애꿎은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연탄이 가지는 상징성은 여전히 삶이다.

 

“푸른 혀”가 가지는 감각, 이성을 잃어버린 혀는 냉소적일 수 있다.

할 말을 다하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차고 넘치는 숱한 말들을 쏟아내는 불구멍에서 죽은 자는 말을 할 수도 없거니와 들을 수가 없으니, 격동적으로 타오르는 말은 오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입이라 가능한 것이다.

 

연탄구멍이 울대라면, 불판고기는 가십거리,

때로는 누구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사물은 한계가 있어 얼마가지 않아 시들거나 주저앉는 법이다.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는 습관 중에 석탄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라면 뒷담화일 텐데, 화롯불에 둘러앉아 밤이나 고구마를 올려놓고 수다를 떨던 시간, 지금은 신 시인이 운영하는 고깃집으로 삼삼오오 몰려간다.

 

내 몸을 내주어 누구를 따뜻하게 품어준 일이 있는지...

연탄 같은 시인의 삶이 응축되어 불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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