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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다녀가고 외1편 / 이희국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10 [10:03] | 조회수 : 62

 

  © 시인뉴스 포엠



 

당신이 다녀가고

 

 

 

 

벌겋게 녹슨 못을 빼려다

못대가리가 부서져 뺄 수가 없자

반쯤 튀어나온 못을 두드려

아예 보이지 않게 박는다

그 위에 감쪽같이 스티커를 붙인다

나만 안다

 

 

 

 

 

  

 

 

순자의 봄날

 

 

 

 

저것은 날개

저것은 빛

 

언제나 꼬리에 앉아 보이지 않던 순자가

어느 날 고개를 들고 맨 앞으로 나와 걷는다

 

백화점 사파리에서 납작한 플라스틱 총 한 자루 들고

이태리를 돌고 프랑스를 돌고 미국을 돌아

입을 쫙 벌린 악어를 한 방에 사로잡고

정글을 달리던 타조의 꼬리를 뽑아 목에 둘렀다

어린것이 더 보드랍다는 점원의 말에

해체된 악어의 어린 가죽을 보란 듯 손에 들고

 

바닥에서 태어나 땅에서만 놀다가 땅따먹기로 금을 캔 그녀

버버리 샤넬 구찌를 잡아 둥실둥실 거리를 활보한다

12개월을 세로로 질러 온몸에 자존심을 장착했다

허황이 로망이 된 시대 드디어 내세울게 생겼다는 듯

한방 날린 얼굴도 서태후의 눈빛이다

 

짝퉁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사람들에게

정글의 법칙을 자랑하러 가는 길인 듯

실룩이는 입이 혼자서도 펄럭이고 있다

 

 

 

 

 

 

 

2017년〈시문학〉등단

시집 『파랑새는 떠났다』,『다리』, 『자작나무풍경』

공저 『씨앗의노래』외 다수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재정협력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월간《문예사조》편집위원회 회장

약사, 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외래교수

〈한국문학비평가협회〉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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