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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안쪽 외1편 / 이숨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10 [10:20] | 조회수 : 547

 

  © 시인뉴스 포엠



물의 안쪽

 

 

 

절벽 앞에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폭포 바닥까지 내리꽂힌

크게 놀란 가슴이 물방울로 떠오른다

 

바위 사이를 지난 후

물거품 같은 긴 한숨을 쉰다

어디서 배웠을까

깨진 물들이 서로 붙어 하나가 된다

 

더 큰 바위 만나 찢어지고 깨어져도

몸을 접어 빠져나온

물의 안쪽

 

다시 폭포를 만나면

최대한 몸을 부풀려 뛰어내릴 준비를 한다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그들은 기어이

바다가 되고 강이라는 이름을 지운다

 

 

 

 

 

 

 

 

 

 

 

 

 

 

 

 

 

 

 

복어

 

 

복어의 몸을 부풀리면

시간이 빅뱅으로 터질 수 있겠다

난사된 복어의 살갗 유영하는 바다

긴 꼬리 흔들며 다가서는 은갈치가

첫 번째 제의祭儀를 올리는 포식자로 온다는데

바람에 고수레하는 것이나

시간의 폭발로 온몸에 독이 퍼진다

 

팽팽하게 부푼 주머니에

산소 한 잎을 토하면

달려드는 입, , 입들

산소의 귀퉁이를 통째로 마실 때

시간은 잘게 쪼개진 모래알처럼

하나의 세계를 끝내고 공간을 메운다

 

사막의 모래알이 작아지는 것은

사라진 영혼의 뒷단추를 채워주고 싶은

바람의 미소

 

복어의 지느러미에 붙은 모래

한 알의 궁리는

어느 목숨을 겨냥했을까

 

어제 죽은 국화 한 송이는

시간의 처음과 끝을 연결하는 통로이다

모래시계로 흘러간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흩어진다

먼저 간 사람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없다

 

 

 

 

 

 

 

 

 

 

 

 

 이숨

 

전남 장흥 출생

2018년 『착각의 시학』으로 등단

시집 『구름 아나키스트』

7회 등대문학상 수상

2<끌리오> 작품상 수상

시치료 전문가

은행나무숲상담소 소장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 박사학위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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