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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지도외1편 / 오창헌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10 [16:13] | 조회수 : 678

 

  © 시인뉴스 포엠



바람의 지도

 

오창헌

 

 

바람에게 길이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없는 건 아니다

바람에게 산이 있다

그러니 강과 바다가 있는 게 무에 문젤까

어머니가 자식에게 손길 내밀다 거두듯

하느님이 기적을 내리다 사라지듯

바람은 왔다가 간다

그곳에 진짜 바람이 불면

마음에 계곡이 생긴다

언제부턴가 그런

바람의 길을 모아

지도를 만들고 싶었다

길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아들을 볼 때마다

신의 의미를 넌지시 들이밀어 보고

채찍도 들어 보고

용돈을 쥐어주며 달래어도 본다

그러나 자식은 마이동풍일 수밖에 없나보다

길이란 길은 저만치 서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놈아 제발 바람을 느껴보고 바람을 가져보아라

기도할 때마다 내 마음에는 바람이 부는데

언젠간 알겠지

바람의 계곡 앞에 선 날

바람의 길이 오랫동안 나를 이끌어 왔다는 걸

어머니가 그랬듯 내가 그러하듯 먼 훗날

제 자식을 안타까워하는 애비가 되어 있다면 더더욱

 

 

 

 

 

 

 

 

자연의 계산법

 

오창헌

 

 

혹독한 추위에 새싹을 더하니 봄이 왔고

겨울바람에 봄을 더하니 여름이 왔다

지난가을에 올여름을 빼니 봄이 그립다

봄의 거리에서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자연의 계산법을 익히려 했다

지난봄에 늦여름 아스팔트를 더하면

세상이 온통 시커멓게 변할 줄 알았다

나의 철없는 유추는 모두 틀려버렸다

우리의 봄은 그 어느 뜨거운 여름을 더하더라도

철없이 숯검댕이가 되지 않고 무르익는다

나는 더위를 싫어하지만 여름의 열정은 사랑한다

그 열정에 가을의 붉은 낙엽을 띄우면 겨울이다

쓸쓸한 가을길에 겨울의 깊이를 더해야만

다시 새싹이 돋고 연초록으로 산이 물들 것이다

구월에 비가 내리면 내 몸은 빼기를 한다

여름을 액세서리처럼 서산마루에 걸어놓고 나면

서방칠수 백호가 가을밤을 지켜낼 것이다

 

 

 

 

 

 

 

 

 

 

 

 

 

 

 

 

프로필

 

약력

 

부산 영도 출생. 1997년 ‘울산공단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 1999년 《울산작가》로 등단. 2004년 울산대학교 대학원 정보디자인학과 졸업. 석사논문 『수용자 중심의 시 감상 멀티미디어 컨텐츠 제작』. 시집 『해목』. 시노래북음반 『울산이라는 말이 별빛처럼 쏟아져 내리네』(정일근 외 공저). ‘부산ㆍ경남젊은시인회의’ ‘울산작가회의’ ‘고래를 사랑하는 시인들의 모임’ 활동과 《울산작가》 편집주간을 거쳐 무크지 《고래와 문학》 편집주간을 맡고 있으며, 현재 시 창작 교육, ‘고래문학제’ ‘고래와 바다 詩展’ 운영 등 지역문학에 애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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