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신발 외1편 / 황정순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10 [20:02] | 조회수 : 82

 

  © 시인뉴스 포엠



신발

 

 

밥줄 매단 철가방 같은 막사에서

홀로 어린 딸과 밥을 끓이는 남자가

이리저리 생을 끌고 다니는 신발을 수선해 준다는데

 

진땅 마른땅 밟고 헤지고 뜯기고 냄새 나는 신발

꿰매고 박고 닦아 감쪽같이 고쳐 주는 남자

 

곰팡이 슨 가죽구두 같은 삶 질질 끌고 다니다

, , 햇빛 불안한 거기 저당잡히듯 부려놓고

날마다 구두 닦는다, 신발 고친다

 

누군가의 맨발 감싸 안는 신발

어린 딸의 질경이 같은 맨발 감싸 안은 남자는

누구의 헌신으로 버려지고, 혹은 버린 걸까

 

나 또 누구의 맨발 감싸 안다 버렸고 버려진 신발이다

친친 구두끈처럼 조여 오는 아픔 꾹꾹 밟고

헌 가구 밑을 바치듯 닳은 뒤축 끌고 가는 생이다

 

때 절은 문발 사이로 흘러나오는 아이 웃음소리에

반짝반짝 광을 내는 구두들 신발들

 

나 오늘도 터진 실밥처럼 어수선한 퇴근길

구두 닦으러 간다, 신발 고치러 간다

 

 

 

 

 

 

 

 

 

 

 

겨울눈

 

 

오래 안부조차 없었으나

부음은 어김없이 전달된다

 

저녁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겨울비가

폭설로 바뀐 것을 알아채지 못하였듯

뜻밖에 찬바람 눈길 황망히 떠났다고

한 줄 문장 참 간결한...

 

환한 빛의 온도로 오래 자주

내 추운 그늘을 저벅거리던 그가

하필 차디찬 얼음장을 지고 떠났다는 기별

 

빛이 환할수록 그늘은 더 넓고 어두웠으니

그 그늘도 이제 좀 환해질까, 따듯해질까

 

조등 아래 놓인 흰 국화꽃잎처럼

밤새 허공을 흩어져 떠도는 눈,

서릿발같이 박혀 오는 허기로

가스 불을 켜 눈발 같은 국수를 삶는데

비로소 곰곰 만져지는 단단한 슬픔

 

우리는 서로 같은 빛과 그늘이었던 것

 

더욱 굵어지는 눈발이 참회처럼

내 안을 폭설로 쾅쾅 퍼붓고 있다

 

 

 

황정순

 

현대시문학 등단

7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수상

2회 교과서 관련 수필 공모 동상 수상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