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소심한 책방에서 시를 읽다 외1편 / 정영주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11 [18:45] | 조회수 : 99

 

  © 시인뉴스 포엠



소심한 책방에서 시를 읽다

 

 

 

바람을 만지는 게 실체가 아닌 것처럼

날면서 무거워지는 검은 봉지와

밀리다 멈춘 허공의 가벼운 한쪽 발

시인이거나 불량소년이거나

눈먼 악사의 노래를 닮은 오후가

심심해진 구름을 따라나선다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대체로 느려지는 걸음에서 온다

시간이 주는 문양이 무시로

깜깜하게 아름다울 때

누군가의 시를 읽고 호흡 없이 빨라지는

속도에 한참 허망할 때

정독과 다독의 혼란이 가끔은 흐린 날씨 때문이겠지 싶다

오래 기다리다 터진 언어는

스스로 조심스러웠는지 모른다

나를 놓치거나 너를 통과시키려는 무리수가

찰나의 반란으로 낯빛을 바꾸고

낯빛은 바람과 시간의 속도로 먼 곳까지 이동되기도 한다

매 순간 정직하고 매 순간 끄덕일 수 없는

너와 나의 거리를 오늘 소심한 책방에서 계산했다

어떤 삶이든 충분히 고통스럽다는 것을

 

 

 

 

 

 

 

 

 

 

 

 

새를 파는 사내

 

 

 

잘게 잘게 썰어진 하늘을  

철망 상자에 넣고

새를 심어 놓은 사내

퇴화된 날개 서너 번 퍼덕거리다

허공에 걸려 주저앉은 새, 그 덫을 판다

 

급브레이크를 하고

후진 기어를 넣는다

자유라고 생각했던 날개

돌아가서 들여다보고 싶었을까

날갯짓에 불과했던

쏜살같이 달려들어도 창 안에 비친 숲이었을 뿐인 허상

 

사내는 구속을 내다 버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깃털 없는 날개 서로 비비면서

슬픈 사랑을 노래하는 자유를

 

갇혀야 비로소 알아챌 수 있는

한 번도 새장 문을 열어 본 적이 없는 사내

자신을 가두어 놓고 자신을 팔고 있다

춤을 잃어버린 날개를

수천 번 철창에 부딪쳐 찢어진 석화된 날개를

 

 

 

 

199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아버지의 도시』, 『말향고래』, 『달에서 지구를 보듯』, 『바당 봉봉』, 『통로는 내일모레야』  

단국대 문예창작학과 박사 졸업

단국대, 조선대, 광주대, 초당대 (, 시간강사 경력:인문학과 시학)

2020년 출판콘텐츠 창작지원 사업 선정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