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마지막 뒤풀이 외1편 / 박동민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15 [10:03] | 조회수 : 56

 

  © 시인뉴스 포엠



 

마지막 뒤풀이

 

 

  당신이 돌아왔다

  눈먼 낙과가 붉은 지팡이로 공중을 지치며

  빈 나뭇가지를 찾아가듯 얼어붙은 강을 건너왔다

  첨탑의 뿌리가 손금처럼 뻗친 손바닥만 한 도시에서

  갓 태어난 당신은 눈도 못 뜨고

  좁고 긴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한 줌 석양을 마시고 있었다

  창문과 창틀 사이에 낀 몇 가닥의 머리카락처럼

  곱슬곱슬한 숨을 내쉬는 당신은

  낯선 소도시의 거대한 요람인 광장에서

  리아스식 발가락으로 붉은 파도를 타고 있었다

  훌쩍 큰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 돌아보았다

  스무 살의 당신과 마흔 살의 내가 양끝을 붙잡고 돌리는

  새하얀 줄 사이로 여든 살 당신이 일렁이고 있었다

  몰려든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우리가 줄을 돌리고 넘고 타는 모습을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팔을 치켜들며 결승선을 통과한 마라토너처럼

  어둠이 배를 깔며 바닥을 덮쳤고 우리는 손목을 놓쳤다

  이별이 돌아왔다

  당신은 떠났고 계속 떠나고 있다

  뒤풀이가 끝난 뒤 비로소

  뒤풀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드림캐처(dreamcatcher)

 

 

  실비가 내리는 골목을 목에 두르고 걸으면

  태곳적 바람의 고민이 들린다

 

  죽은 척 잠들까 잠든 척 죽을까

 

  모르게 뒤를 밟다가 잡았다! 싶었는데

  당신의 뒤통수를 후리고 낄낄거린다

 

  길 잃은 구름이 펼쳐 놓은 검은 해변

  포기를 모르는 파도는 발목의 톱질을 멈추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골목에서 당신이 손에 쥔 건

  긴 밤과 감은 눈과 열린 귀

 

  I'm all ears

  당신이 말하고 당신이 받아 적는다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받아 적는다  

 

  혀가 짧아지고 눈이 쪼그라든다

  귀가 점점 자라 당신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모래성을 곧 함락할 것이므로 서랍을 열고 항복하라!

 

  새벽 두 시의 배수진을 치는 당신은

  곤두선 망루에 걸린 드림캐처

 

  무의식의 모래시계에서 쏟아지는 초침과 시침의 행렬

  귓바퀴 굴러가는 소리

 

  당신이 골목을 돌아다니며 수거한

  손금으로 엮은 거미집의 주인은 어디 갔을까

 

 

  엄마야? 누구세요? 누구야!

 

  십만 대군의 침묵이 잠옷을 펄럭이며

  불면의 성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박동민

2017년 『시산맥』 신인상 등단, 부천신인문학상 수상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