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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을 빨며/마선숙

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전선용시인 | 입력 : 2020/09/17 [10:11] | 조회수 : 202

 

  © 시인뉴스 포엠



공갈을 빨며/마선숙

 

 

장기투숙 중인 불면을 녹여 삼킨다

 

수면안대로 눈 가리고

한 알의 잠을 들이켜도

세상의 상처가 도지면

벽장에 숨겨 둔 공갈젖꼭지를 꺼내 빤다

 

젖 없는 젖

공갈을 빨면

어른이 사라지고

철없는 아이가 누워있다.

가슴 치던 내가 없다

 

새벽이 오는 소리에

화들짝 젖꼭지를 문 아이는

벽장으로 사라지고

수면안대 속에 젖꼭지를 놓친

붉게 충혈된 눈만 몰래 숨어있다

 

 

마선숙 시인의 시집『저녁, 십 분 전 여덟 시』중에서

 

 

사족)

 

공갈젖꼭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이가 보챈다 싶을 때 울음을 그치게 하는 수단으로 아이 입에 공갈젖꼭지를 물려 울음을 잠잠케 했다.

 

시인은 지독한 불면에 시달리는 것이 분명하다. 고단한 하루일과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서 물집 잡힌 영혼이 터뜨려 한바탕 울고 나서야 잠이 드는 시인, /수면안대 속에 젖꼭지를 놓친/ 붉게 충혈된 눈/에서 고통의 시간을 미루어 짐작한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힘들게 했을까.  

 

 

인간은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회귀본능이 있다. 배고프면 본능적으로 보채고 그것이 해결되면 근심이 없는 것이 동물적 행복, 그것은 최소한의 만족이다.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보고 얼굴 붉힐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아이를 보면 마치 천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인은 잠든 아이의 평온한 모습에 자신의 바람을 투영한 것은 아닐까?

“나는 아직 순진해. 그런 나를 힘들게 하지 마.

이 시는 상처를 직면하고 그것을 치유하려는 시인의 자세가 엿보인다.

“내일이면 더 나은 날이 올 거야.

희망이 /새벽이 오는 소리/에서 느껴진다.

 

공갈젖꼭지는 상처받기 전의 과거, 안대는 현실을 외면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까짓것 눈시울이 붉으면 어떠랴. 그래도 아름다운 삶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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