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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콩잎 가족 외1편 / 이철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25 [10:44] | 조회수 : 248

 

  © 시인뉴스 포엠



단풍 콩잎 가족

 

 

 

암포젤M으로 몇 년을 살다가

 

제초제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뒷산 살구나무 아래 묻고

 

형과 누나와 나와 어머니와

 

우리는 그렇게 몇 달을

 

콩잎 가족으로 살았습니다

 

이제 집에는 선반 위 그 하얗게 달던

 

아버지의 암포젤M도 없고

 

아버지 윗도리 속의 세종대왕 백 원도 없고

 

찬이라곤 개다리소반 식은밥 곁에

 

돈다발처럼 포개진 삭은 콩잎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술을 대면

 

가만히 몸을 누이던

 

단풍 콩잎 가족

 

 

 

 

 

 

 

 

 

 

옴마가 다녀가셨다

 

 

철아, 옴마다

개줄에 자꾸 넘어지가꼬

고마 매느리가 사다 준 개 안 팔았나

서 서방하고 희야 왔다 갔다

 

철아, 듣고 있나

오늘 장날 아이가

빠마나 할라꼬

 

철아,

니는 댕기는 회사 단디 잘하고 있제

니 친구 영두 저그 아부지 죽었다

초상칫다

너그 옴마도 인자 울매 안 남았다

 

뭐라쿠노

시끄러바서 니 소리 잘 안 들린다

우짜든지 단디 해라

알긋제

끈는다이

 

나는 한마디도 안 했는데

회사 그만둔 지 석 달이 넘었는데

어머니가 편히 다녀가셨다

 

 

 

 

이철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2007년 『애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단풍 콩잎 가족』(2020)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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