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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토루아 외1편 / 김미순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09/25 [10:47] | 조회수 : 97

 

  © 시인뉴스 포엠



로토루아

                         

 

 

 

 뉴질랜드의 섬 깊은 곳이다 유황의 용암이 물기둥을 만들며 솟아난다 소외된 영혼은 천상으로 용솟음치며 하얀 연기로 가득 차오른다

 

 “로토루아” 마오리들의 고향

 

 몇 십 년 동안 이주민들과 전쟁으로 마누카 나무 밑에 수많은 원주민들이 잠들어 있다

 

 용암의 기원은 죽음의 출구일까

 

 신비로운 것은 원시적인 지붕위의 작은 굴뚝이다 혓바닥으로 수없이 들락거리는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본다

 

 빠르게 움직이며 붉게 투신해 오던 새들 그들의 문신은 비릿한 혐오의 슬픔이다

 

 무대에서 칼춤을 춘다 파랑 노랑 초록으로 뭉쳐진 새들이 나뭇가지 끝에서 침묵을 지킨다 차가운 시선과 지워야할 흔적이 깃던 아리송한 노래를 부른다

 

 빗물이 내리기 시작한다 얼마나 많은 눈동자가 어둠이 되었을까 큰 부리를 가진 새가 걸고 있는 목걸이 문향 숨겨진 발톱이 스무 여덟 개

 

 지옥의 문, 일기예보를 살피면서 대기의 흐름에 민감하다

 물 위로 솟구쳐 오르는 유황수는 하늘을 난다

 

 

 

 

 

 

 

 

 

 

살아있는 도시

               

 

 

 

 바늘귀에다 눈을 달고 초점을 맞추는 사이, 무너진 수십 개의 불교사원은 찡그려 숨이 차다 부활 할 수 없는 뚜렷한 의문이다 뿔을 키운 왕국의 수도를 펼쳐보는 순간 나무를 휘감은 천년 몸살은 하나의 무리다

 

 가슴으로 파고드는 영혼들의 울음소리 그림자 없는 표정들이 서로의 관계를 재생한다 바닥을 디디고 올라서니 계단이 운다 신발은 사실조차 외면하고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순간 누가 나의 발목을 가져간다 사대천왕이 왔나 놀라 눈을 뜨니 헛것이다 고대의 뿌리에 갇혀 꼼짝도 못하고 사도왕은 신음한다

 

 반야심경을 외운다

 문장들로 완성된 평풍을 세워놓고 날아가는 새들을 눈여겨본다 행서체로 만들어진 새들은 탑 밑에도 깔려 있고 성곽 뒤편에도 비밀을 깔고 앉아 있다 용의 형상을 한 비석 몸속에도 수상한 문자들로 꽉 차 있다  

 

 기립하게 만드는 거침없는 손길 가면을 쓴 나는 작은 벌레가 되어 꿈틀거린다 불사르는 마지막 투지 근처에 있는 영혼들을 불러 해체하는 굿판을 벌린다

 

 웅장한 앙코르와트 성서 죽은 사람들은 무너진 몇 천 년을 산다    

 

 

 

 

 

 

 

 

 

 

 

 

 

김미순 약력

월간문학 등단

수상; 신라문학상, 독도문학상, 장애인문학상, 사하모래톱

저서; 꿀벌 펜션, 참치 하역사,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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