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손 / 유 홍 준

서대선의 시평-9

서대선교수 | 입력 : 2020/09/28 [10:28] | 조회수 : 91

 

 서대선의 시평-9

 

 

 

 

 

     유 홍 준

 

 

 사람이 만지면

 새는 그 알을 품지 않는다

 

 내 사는 집 뒤란 화살나무에 지은 새집 속 새알 만져보고 알

았다 남의 여자 탐하는 것보다 더 큰 부정이 있다는 거, 그걸

알았다

 

더 이상 어미가 품지 않아

썩어가는

알이여

 

 강에서 잡은 물고기들도 그랬다

 

 내 손이 닿으면 뜨거워

 부정이 타

 비실비실 죽어 갔다 허옇게 배를 까뒤집고 부패해갔다

 

 

       

 

 

 

 

 

 

 

 

 

 

 

 

 

 

당신의 손은 ‘밖으로 드러난 두뇌’* 이다

  -유홍준 시인의 「손」을 읽고

 

                         

                      서 대 선 (시인)

 

                               -손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

 

 

                       

  “사람이 만지면/ 새는 그 알을 품지 않는다”

 

  부정 탔구나. 냄새가 다르다. 알에서 다른 짐승의 냄새가 나는데, 어찌 품어줄 수 있단 말인가. 새도 알고 있다. 자신이 품어야 할 알이 부정한 “손”을 탔다는 것을. 어미 새는 알이 들어 있는 둥우리 근처에 사람들이 알아 볼 수 있는 금줄을 치지 못한 것을 한탄 했을까? 다른 새들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려고 알이 있는 둥지를 최대한 주변 사물들과 비슷하게 위장하고 가렸던 것인데, 생각지도 않은 사람의 “손”이 둥우리를 덮쳐 소중한 생명인 알이 부정을 타다니....

 

  금기(禁忌)란 터부(taboo, tabu)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금기는 ‘지키는 일’과  ‘삼가 해야 하는 일’로 나뉘며 ‘구기(拘忌)’라고도 한다. 우리 민속에서 금기는 두 가지 원리를 지닌다. 하나는 ‘선택의 원리’ 이고, 다른 하나는 ‘금지의 원리’ 이다. 그러나 금기가 지켜지고 있는 현장에서는 ‘금지의 원리’ 쪽이 더 큰 비중을 지니고 있다. 금지는 특정한 행동을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무언가에 근접하거나 손을 대어서는 안 되고, 무언가를 입에 올려서는 안 되고, 또 어느 대상을 보거나 들어서도 안 되는 것이 금기이다. 그 중 ‘부정’을 탄다는 것은 오염된 것을 의미하며, 더러움을 느끼는 마음이다. 더러운 느낌을 줄 수 있는 금기의 대상 가운데서 우리들이 오관을 통해 직접 불결한 느낌을 느끼는 것들로는 똥, 오줌, , 가래, 그 밖에 여성의 월경이 대표적이다. 이 더러운 것들의 배설기관과 그것으로 이루어지는 행동 또한 금기의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에선 아기를 낳으면 금()줄을 친다. 삼칠일을 치는 금()줄은 ‘인줄’이라고도 한다. 부정한 사람의 출입으로 인해 출산한 아기와 면역력이 약해진 산모가 오염되거나 감염되는 것을 차단시키기 위한 것으로, 그 집 식구 이외에는 출입이 금지된다. 사람 눈에 보이는 금줄이 없는 새 둥지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속에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윤리적 금줄이 있었다면 오염된 손으로 새알을 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인은 생명이 숨 쉬고 있는 새 알을 손으로 만짐으로써, “더 이상 어미가 품지 않아/썩어가는/알” 바라보며, “남의 여자 탐하는 것보다 더 큰 부정이 있다는 거, 그걸/알았다”고 한탄한다.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손은 바깥으로 드러난 또 하나의 두뇌’* 라고 했다. 손은 운동기관이자 아주 중요한 감각기관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뇌의 명령을 받아 행하는 일 중에서 손이 가장 다양하고 많은 일을 처리한다. 손은 사물을 만지며 알아채, 보는 눈의 역할을 대신하고, 손짓으로 말하는 입을 대신하기도 한다. 인간이 지금의 문명을 이룬 것도 손을 자유롭게 쓰면서부터다. 과학과 예술의 혼은 뇌에서 나올지 몰라도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하는 것은 바로 손이다.

 

 

  손이 ‘밖으로 드러난 제2의 뇌’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손은 인체 중에서 가장 많은 뼈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뼈의 총 개수는 206개 이다. 이중에서 손이 차지하는 뼈의 개수는 무려 54개이다. ‘손바닥만한’ 기관에 우리 몸 전체 뼈의 25%가 들어 있다. 손은 14개의 손가락뼈, 5개의 손바닥 뼈, 8개의 손목뼈로 구성돼 자유자재로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다. 손은 우리 몸에서 감각점이 가장 발달한 기관이다. 특히 감각점은 손가락 끝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손끝으로 미묘한 차이를 감지해 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가락 감각은 세계적으로도 뛰어나다고 한다. 병아리 감별, 위조지폐 감별, 배아복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쇠 젓가락 문화’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손과 뇌는 공진화(coevolution) 관계에 있다. 손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거나 손동작으로 생각을 전하는 것은 전두엽(frontal lobe)영역에서 관장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손과 뇌는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해왔다. 손은 뇌의 생각을 실현하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손을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손의 분업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추정된다. 손을 많이 사용하면 운동의 시간적 공간적 패턴이 학습되어 암묵적 기억력(Implicit memory)이 강화되고, 운동량이 늘어남과 동시에 요령이 생긴다.

 

  두뇌와 신체 부위와의 관계를 나타내주는 ‘호문쿨루스(Homonculous) 지도’에 의하면 두뇌가 한창 발달해야 하는 시기인 6세에서 12세 사이에 손과 발의 사용은 뇌 발달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손을 사용하게 되면 뇌의 전두엽 전 영역을 자극하게 된다. 전두엽 전 영역을 자극하게 되면 어떤 기능을 하게 될까? 첫째,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는 힘이 길러진다. 둘째, 계획성 있게 목표를 세워 실행하게 한다. 셋째, 준비성과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길러 준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일을 기억하거나 경험을 할 때 뇌 속에서 무언가 바뀌게 되는 데, 이때 바뀌는 것을 시냅스(synapse)라고 한다.

 

  시냅스는 뇌의 움직임을 바꾸어 준다. ‘뇌의 가소성’ 이란 경험을 통해 뇌의 기능을 바꾸고 적응하는 특성을 말한다. 자주 사용되는 뉴런(neuron)들은 더 강해지고 거의 사용되지 않는 뉴런들은 없어지게 된다. 손을 비롯한 다양한 감각 자극으로 뇌의 신경세포가 학습하면 시냅스가 증가하고 뇌의 기능이 활성화 된다. 따라서 우리의 손은 우리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행동대장이다. 정상적인 지적 발달과 더불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Id, Ego, Super ego의 발달이 알맞게 조화를 이루어 활동한다면 우리의 손도 그에 따르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내 손이 닿으면 뜨거워/ 부정이 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네요” 박빙의 승부를 다투는 스포츠 경기에서 해설자들이 자주 쓰는 멘트이다. 실제로 ‘손에 땀이 난다’는 표현은 더울 때 보다 긴장감이 높은 상태에 달했을 때 더 자주 쓰는 표현이다. 긴장 할 때, 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손에 땀이 나는 이유는 무얼까?  

 

  땀샘은 포유류에게만 있는 것으로, 특히 인간의 손바닥과 발바닥에 집중되어 있다. 인간의 피부에는 약 2백만-5백만 개 정도의 땀샘이 있고, 하루에 6-7ml 정도 땀이 흘러나오면서 피부의 건조를 막고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운동 할 때나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는 10L까지 발산되기도 한다. 땀은 체온을 조절할 필요가 있을 때, 또는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적인 이유가 개입될 때 흘러나온다. 우리 몸 중에서 땀이 나는 곳이 많은데, 굳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표현으로 손을 언급한 것은 손의 활용이 곧 뇌의 생각을 전하기 때문이다. 손에는 땀과 같은 오염이 존재하고, 온도가 높아지게 된 상태에서는 세균을 옮길 수 있기에 “물고기”와 같은 다른 생명체를 오래 잡고 있게 되면, 치명적인 일이 발생 할 수 있는 것이다.

 

“강에서 잡은 물고기들도 그랬다”

“내 손이 닿으면 뜨거워/ 부정이 타/ 비실비실 죽어 갔다 허옇게 배를 까뒤집고 부패해갔다”

 

  어부의 마음은 어심(漁心)이라고 한다. 생계를 위해서 물고기를 잡는 정직한 어부들은 일정한 크기의 물고기만을 잡는다. 어린 물고기들은 다시 강물 속으로 돌려보낸다. 새끼를 밴 어미 물고기도 욕심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한 번에 지나게 욕심을 부려 물고기들을 많이 잡지 않는다. 그런데 유 시인은 자신의 손이 닿은 “물고기들”은 “부정이 타/비실비실 죽어 갔을” 뿐 아니라 “허옇게 배를 까뒤집고 부패해 갔다”고 실토 한다. 아마도 시인이 잡은 물고기는 자신의 일용할 식량으로 물고기를 잡았기 보다는 물고기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 했거나, 단지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는다는 쾌락에 방점을 두어, 잡은 고기를 오랫동안 손 안에 잡아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은 산소도 부족하고 손의 압력과 손의 오염과 손의 온도를 이겨내지 못한 물고기가 “비실비실 죽어 가는” 모습을 목도하게 된 시인은 자신의 손을 “부정이 탄 손” 이라고 탓해 보지만, 사실은 자신 욕망을 탓하는 것이다.

 

  인간은 손으로 하는 일이 많고, 손으로 많은 것들을 만지기 때문에 손은 질병의 감염과 전파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가 되는 신체 기관이기도 하다. 손만 잘 씻어도 접촉성 피부염이나, 독감, 인플루엔자 A, 코로나 등과 같이 손을 매개로 전염되는 질병에 거의 감염되지 않을 수 있다. 손은 물건을 잡고, 나르고,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사람과 악수하고, 사물을 가리키고, 무엇을 던지기도 하고, 이웃을 돕고, 생명을 구하기도 하지만, 때론 다른 생명을 해치기도 한다. 손이 하는 일은 다양지만 크게 보면 선한일, 악한일, 선도 악도 아니 일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손이 악한 일에 사용되면 그 손은 부정한 손이 되는 것이고, 선한 일에 사용되면 깨끗하고 거룩한 손이 된다.

 

  성경 속에서 인간의 손이 부정한 손으로 쓰인 최초의 사례는 아마도 하와(Hawwāh)가 뱀의 말을 듣고 선악과를 따먹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다음 손이 범죄의 도구로 사용된 경우는 카인(Cain)이 자신의 동생 아벨(Abel)을 쳐 죽일 때 였을 것이다. 그 이후로 사람의 손은 사람을 폭행하고 살인하는 범죄의 도구로 두 손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인간이 저지르는 온갖 종류에 죄에 관여하는 가장 대표적인 신체적 도구가 바로 손인 것이다. 유 시인이 “손” 이란 시 속에서 전언하고자 하는 것은, 손이 하는 일은 결국 그 사람의 정신세계의 표현이라는 고해성사이다.

 

 

  농부의 손은 농사에 대한 총체적인 지식과 경험과 정신과 의지가 표출되는 곳이다. 당신의 손은 창조하는 손인가? 모방하는 손인가? 깨끗한 손인가? 더러운 손인가? 건강한 손인가? 병든 손인가? 생산적인 손인가? 파괴적인 손인가? 베푸는 손인가? 빼앗는 손인가? 흰 손인가? 검은 손인가? 아름다운 손인가? 추한 손인가? 화해하고, 소통하는 손인가? 모든 입을 틀어막는 보이지 않는 손인가?

손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 손은 바로 ‘밖으로 드러난 당신의 뇌’이기 때문이다.

 

 

 

 

 

 

 

서대선: 2009년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로 작품 활동 시작.  2013년 『시와           시학』신인상.  2014년 시집 『레이스 짜는 여자』. 2019년 시 평론집 『히말라야          를 넘는 밤 새들』. 2019년 시집 『빙하는 왜 푸른가』. 한국예술 평론가협의회상          (문학 부문), 신구대학교 명예교수, 문화저널 21 편집위원.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