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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외1편 / 권수진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05 [10:16] | 조회수 : 353

 

  © 시인뉴스 포엠



 

꽃다지

 

지천에 흐드러진 자줏빛 향연이었다

 

밤마다 어둠을 몰고 오는 자들의 말발굽 소리와 함께

벼랑 끝에서 눈발처럼 흔들리는 바람이었다

 

초입부터 차벽으로 가로막힌

이곳은 해가 뜨지 않는 캄캄한 나라

 

오래전 시력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노도에 밀려 가라앉았다

 

변방에서 변방으로 떠도는 별들이 모여

태초의 꽃망울 터트린 순간

천상계 빗장을 걸어놓은 미리내가 땅으로 떨어졌다

 

지척의 거리에 서 있는 당신을 잘 모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동면에서 깨어난 노란 꽃 눈송이

샛바람에 낭창대는 나른한 오후였다.

 

 

 

 

 

 

 

 

 

 

 

 

 

 

 

블랙리스트

 

‘자살’이라고 쓰고, ‘살자’라고 읽는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라는 것을 믿는다

 

음지에만 서식하는 독종들이

활보하는 거리에서

양지바른 곳에 기생하는 종자들이

집결된 광장에서

 

촛불이 흔들린다

깃발이 펄럭인다

바람이 분다

 

검은 장막 배후에 가려진 세력들은 비밀이 너무 많아

어디에도 흔적 없는 살생부

명부에 적힌 사람들이 차례대로 죽어 나갔다

변심한 애인처럼 아무도 모르게

 

‘죄악’이라고 쓰고, ‘최악’으로 읽는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혀도 루비콘강은 흐른다

 

빛이 어둠을 비추매

어둠이 깨닫지 못하는 나날들

혹자는 말하기를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밤마다 어두운 곳 불을 밝히고

들리지 않는 곳을 향해 노래 부르고

중천에 달이 차서 기우는 자정 무렵

 

‘외롭다’라고 쓰고, ‘괴롭다’라고 읽는다.

‘사람’이라고 쓰고, ‘사랑’으로 읽는다

 

 

 

 

 

 

• 주요약력

- 경남 마산 출생

- 2011년 제6회 지리산문학제 최치원 신인문학상 등단

- 2015년 시집《철학적인 하루》(시산맥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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