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우리들의 파파야 나무 외1편 / Daisy Kim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07 [10:12] | 조회수 : 86

 

  © 시인뉴스 포엠



 

우리들의 파파야 나무

 

Daisy Kim

 

 태양이 몽글몽글 파파야 씨앗 같다

 

 늙은 파파야를 양손에 받쳐 들고 숨은 아버지 찾기를 하자, 싱싱한 파파야를 찾아버리자,

 

 노란 식감의 속살이 뭉개져 나뒹구는 파파야, 고르고 골라도 나오지 않는 아버지

 

 먼지가 엉킨 엄마의 머리카락 사이로 별 핀은 노랗게 녹이 슬고, 까만 떼의 촘촘한 개미 행렬은 우리 배처럼 줄줄이 고프고, 우리는 박스처럼 노랗게 질려 바닥처럼 납작하고,

 

한 개의 파파야는 1달러

두 개의 파파야도 1달러

 

 몽땅 세일을 하자, 팔아버리자, 뭉개진 엄마를 팔고 나면 박스만 남아, 불안한 우리는 우리를 박스에 담고,

 

 싹수가 노랗다는 운명은 사는 거예요? 파는 거예요?

 

 아버지는 꽁꽁 어디에 있나, 파파야의 미래는 노랗게 샛노랗게 누가 칠했나,

 

 잎사귀에 낡은 동전 무늬를 새기는 오후의 햇살

 기억에 박힌 당신이 금 간 담장 아래로 쿵,

 

 풀 더미를 헤치고 파파야 나무를 올라 올라,

 별로 가는 진흙 속 엄마,

 

 

 

 

 

 

 

 

플리트비체의 겨울

 

Daisy Kim

 

우리는 여름으로 가는 방향을 몰라서 버려진 빵조각을 따라 희게 빛나는 계절을 걸었다

 

눈앞에 나타난 겨울이 얼어붙었고

여기가 내 세계라고 착각했다

 

쌓아온 관계가 부패한 빵처럼 바닥에 달라붙은 이끼들

 

나무의 어깨가 흔들리면서 닿았던 손가락이 톡톡 겨울의 깃털을 건드리면 어느새 날아가고 마는, 그 이름

 

살갗으로 쏟아지던 폭포에 질문처럼 거듭거듭 매달리며, 미끄러지지 않고 견디는 투신은 없다고 죽은 물의 화법으로 이름을 새겼다

 

소나기가 쏟아졌고 버려진 빵조각이 씻기고 언 가슴이 녹는 소리가 호수 위에 내려앉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제를 말하면서 에메랄드빛 여름이 궁금하다던 너는 침묵했고

 

빛나는 이름을 벼랑에 새기고 싶어,

 

천천히 가는 뒷모습

작아지는 등이 오래도록 젖었다

 

 

 

 

계간 [시와 문화]  2020년 가을호

 

 

 

 

Daisy Kim

서울 출생

하와이 거주

미네르바 등단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