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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꽃 향기 외1편 / 차행득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08 [11:47] | 조회수 : 96

 

  © 시인뉴스 포엠



띠꽃 향기  / 차행득

 

 

땅바닥에 튕기는 빗방울 바라본다

누군가 남긴 발자국에 울 엄니 눈물 고였다

 

어디 묻었는지 몰라 가슴에 불도장 찍힌

마당 가 아장거리던 발자국

한바탕 비 지나가고

큰비 지나가도 씻기지 않았다

세 살배기 놀던 웃음 자리

별들이 놀다 가고 달빛이 머물다가

눈물 채우고 한숨 채워 숙성시킨 향기  

 

지난 얘기 꺼내 들면 말본새 없는 핀잔이나 들을까 봐

늘그막에 느는 게 잔소리뿐이라고, 귀담아듣지 않을까 봐

마흔둥이, 쉰둥이 철들 때까지

한 번도 내 긋지 못한 세기말 이야기

막내동서와 마주 앉아 듣거니 맺거니

동기간 어깨너머 스며드는 따스함에 울컥 목이 메

애먼 손톱만 물어뜯었다

 

삘기꽃 허옇게 핀 선한 초여름

 

 

 

 

 

 

공손한 시간 / 차행득

 

 

 

양파망 속에서 멈춰 선 시간이 물컹 잡힌다

 

도려내고 먹어볼 양으로 껍질을 벗긴다

시간의 귀퉁이에 퇴짜 맞은 삶은 가슴에 못 박으며 사는 일인가보다

끈을 놓지 못한 무수한 생각의 근육 둥글둥글 살찌웠다

제풀에 꺾일 수 없는 하루하루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

 

 

뼈있는 말이나 팔꿈치 한번 각을 세운 일 없는 아비

간암으로 사선을 넘나들며 남은 생 가늠한다

평범한 시간의 운명 같은 건 오지 않는 것인지

얼굴에 바윗돌 같은 종양 덩어리 매단 채 사는 어린 딸

같은 시간 안에서 사과 한 쪽 아비 입에 넣어 줄 수 있기를,

오래 바라볼 수 있기를

떼지 못한 눈빛으로 기도하고 또 소망한다

 

숨 다 할 때까지 서로 감싸줄 요량으로

매운 눈물 따윈 찍어내지 않는다, 고통의 신비일 뿐이다

풍경 같은 하루하루가 공손히 지나 다음으로 건너가고 있다

 

하잘것없이 배부른 내 비명 따위 꼬리를 감췄겠다.

 

 

 

 

 

 

 

 

차행득 프로필

 

완도 출생

『월간 시see』추천시인상 당선으로 활동, 계간 『시와사람』으로 재등단

시집『그 남자의 국화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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