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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보내는 씬 외1편 / 김은옥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08 [11:50] | 조회수 : 77

 

  © 시인뉴스 포엠



 

가을을 보내는 씬/김은옥

 

 

 

뭉게구름이 비 갠 동네 길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동네 아기 구름도 곁에서

막 목욕시킨 맑은 볼때기로 보골보골

눈 크게 뜨고 손가락 빨고 있다

구름 끼리 스치면 뽀드등 소리가 나겠다

폭풍우가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던 지난밤

부러진 잔가지와 낙엽들이 길가에 어지러웠다

화단마다 목이 부러져 쓰러져있는 국화들

바람이 태양을 살며시 부채질하는지

잔잔한 하늘길에 고운 아가가 그네를 탄다

국화꽃 향기가 진하게 퍼지고 있다

학교 끝난 아이들이 나뭇가지로 칼싸움한다

여자아이들은 땅에 떨어져 있는 꽃송이를

신주머니에 조심스레 담는다

아기 구름도 해님도 어느새 엄마 구름 등에 업혀

저만치 흘러간다 뽀드득 겨울이 오고 있다

 

 

 

 

 

 

밤은 캄캄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김은옥

 

 

 

어두운 곳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대 눈빛을 더욱 뚜렷이 읽을 수 있다

길고양이 되어 허공을 밟으며

그대의 눈빛을 지난다

나는 불빛 아래 떠오르는 먼지

내 눈은 넘치거나 말라버린 샘

내 눈으로 나를 비출 수가 없다

단풍잎을 대신해서 전기톱이 울어주는 계절

그림자가 밤길을 간다

제 생각에 빠져 골똘한 산과 빌딩의

등성이를 타고 흐르는 밤은

크고 깊은 눈을 빛내며 속속들이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고

코끼리 귀 같은 큰 귀 펄럭여

긴 코로 별빛과 달빛을 뿜어준다

푸른 새살 깊숙이 전기톱의 흉터를 품고

울혈증을 앓는 나무의 비밀들까지

그 눈썹 작은 떨림까지

세월의 파들거림까지

 

김은옥

* 약력 : 2015<시와문화> 등단. 창작21작가회의. 우리시.

        시산맥특별회원. 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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