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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그리운 사람들 외1편 / 김요아킴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12 [08:49] | 조회수 : 94

 

  © 시인뉴스 포엠



손가락이 그리운 사람들

 

 

 

적어도 깍지를 끼고

여유 부리듯 묵상할 수 있는 한  

세상에 너그러워야 하네

 

저토록 시린 쪽빛 바다가 창살 되어

하늘보다 육지가 더 두려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흉흉한 소문들이 저미듯 후벼낸

남도의 해묵은 돌담에 기대

서야 할 희망마저 뭉텅뭉텅 잘려나가고

한 점 혈육마저 거세당한 천식 같은 울음

그저 입안으로 삼켜야하는 사람들

 

희붐한 새벽이면 어김없이

말없는 성모상의 손가락 그리워

숨겨놓은 팔목으로 아, 남은 생을 하염없이 헤아리다

가끔씩 출몰하는 육지 사람에

반가움보단 손가락을 매만지고 싶다는 사람들

 

이렇듯 깍지를 끼고

마땅히 기도할 수 있는 한

세상에 대해 한없이 너그러워져야 하네

 

 

 

 

 

 

 

 

 

 

생의 귀퉁이를 생각하다

 

 

 

 툭툭, 새벽 빗소리 슬레이트 지붕을 건드리면

 놀라 일어난 나의 공복이 달그락거리는 쌀독 무안해할까 봐 서둘러 양은냄비에 불을 지피면 한 봉지 라면은 비로소 끓는 점 깊숙이 제 몸을 맡기고, 어젯밤 내 머리맡을 책임 진 낡고 여윈 책은 또 밥상머리 되어 철길 밑 웅크렸던 그 헌 책방을 그리워하다 문법처럼 오가는 기차소릴 정확히 기억해 내는데

 여전히 뿌연 두꺼운 안경알 너머 함께 발 디뎌야할 세상은 선뜻 다가오지 않고, 이 머리털 뿌리마저 뽑힐 팽팽한 불일치만이 빗물에 후줄근히 젖어 가는

 아, 시큼한 김치 한 조각마저 아쉬운 내 생의 귀퉁이 한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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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아킴

1969년 경남 마산에서 출생하여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다. 2003년 계간<시의나라>2010년 계간<문학청춘>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가야산 호랑이』『어느 시낭송』『왼손잡이 투수』『행복한 목욕탕』『그녀의 시모노세끼항』『공중부양사』와 산문집『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가 있다. 한국작가회의와 부산작가회의 회원이며, 현재 부산 경원고 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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