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곁 외1편/ 김정미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12 [08:52] | 조회수 : 93

  

  © 시인뉴스 포엠



 

                                                                   

 

                                                         김정미

 

너의 곁은 푸른 울타리였다

 

네 마음을 겹쳐 쓴 문장에서는 연필 깎는 소리가 났다

써도 자꾸 뒷문을 열고 나가는

모르는 눈으로 걸어오다 발목이 다 젖어있는

 

쏟아진 혼자를

흘러내린 나를

너의,

한 쪽 어깨를

넝쿨 삼아 천둥과 번개를 피어올리곤 했다

 

네 왼팔과 내 오른팔 사이

틈이 생겼다면

그 균열이 결국 봄날의 소란이었다면

 

너와 나는,

어떤 날씨에 옮겨 심어야 다시 따뜻해질 수 있을까

 

곁이 자라는 식물과 저녁 사이

화분 하나 놓여있다

 

나무 중심을 뚫고 나온 매미울음을 지나

쓸쓸한 고립을 건너오는 뒤편을 향해

곁이 곁을 밀고 들어오는 도망이었다

 

식물의 시간을 넘기는, 아직은 오지 않은 얼굴이 오고 있는

 

이제 숲을 막 돌아 나온

너는

울퉁불퉁한 곁,

여름으로 건너오고 있었다

 

 

 

 

 

 

 

 

               장화의 힘

 

                                                   

 

시장 한 켠,

닭집 상가의 압권은 남자 장화 속에 있다

흥건하게 엎질러진 바닥 위의 피로들

 

장화의 일은 어디론가 흐르고 있을 하루의 누수를 담는 것

 

남자는 한 손에 칼자루를 쥐고 힘을 다해 늦은 밤의 꼬리를 자르고 있다

내리치는 나무 도마 위로 피땀이 튄다

안간힘이 쏟아진다

 

칼을 물고 있는 도마처럼

허기진 꿈을 물고 있는 발가락들,

장화의 힘이다

 

어린 딸의 교복이 되고 아파트 계단을 높이 쌓는

밑바닥이 밑바닥을 별로 쌓아올리는

 

면발처럼 불어터진 저녁이 축축해졌다

장화의 콧등도 따라 붉어졌다

 

진열장 가득 싱싱한 전구가 생각을 깜빡이고 있다

남자가 챙겨 나온 비닐 앞치마엔 새벽이 얼룩져 있다

 

콧등 찢어진 장화 속엔 글썽이는 발이 들어있다

가부좌한 커다란 세상이 들어있다

 

 

 

 

 

 

 

 *약력

2009<계간 수필>등단

2015<시와 소금>  등단

2016년 산문집 』『비빔밥과 모차르트』

2017년 시집 『오베르 밀밭의 귀』

2017년 춘천문학상 수상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