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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花), 악(噩) 외1편 / 정령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13 [19:35] | 조회수 : 170

 

 

 

  © 시인뉴스 포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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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 그냥 막 그냥 덮쳐버릴 테야.

 

 물어보지도 않고 두드리지도 않고

 불쑥, 함부로, 멋대로, 침묵을 건드렸어.

 

 화악 마, 제대로 보여줄 테야.

 

 물어보기 전에 두드리기 전에

 대뜸, 볼쏙이, 무시로, 놀래줄 테야.

 

 담장을 넘은 주홍빛 능소화가 지나던 경적소리에

 화들짝 놀라 쳐다보면서 소리치고 있다.

 

  

 

 

 

 

 

고추

실한 그놈 만져보려다 면박 들은 날,

주제에 아들탐은 되든감.

자고로 밭이 좋아야 한다잔여.

저렇게 밭이 약해 어쩌려구.

쯧쯧, 혀 차는 소리가 대못을 박는다.

밭만 좋으면 단 줄 아냐.

씨만 튼실하니 좋아봐.

뭐든 조응께 심어만 줘보드라고.

밭만 조으믄 뭐 하것냐.

씨가 없으믄 아무짝에도 못쓰고 헛것인디.

씨만 있음 뭣 하겄어.

밭뙈기가 없음 썩어문드러지기밖에 도리 없당게.

 

숱한 씨 얘기 듣던 순이어매가 고추를 넌다. 굵직한 놈은 따로 실에 꿰어 양지 바른 담벼락에 매단다. 손 귀한 집 장손 어루만지듯 볕 따라 누여가며 뒤집는다. 고추, 그놈 만지려고 순이어매는 반평생 배불뚝이였다. 네깟것이 도대체 뭐길래.

 

볼우물이 들어간 여자아이가 제 손보다 큰 그 놈을 순이어매 따라 가지런하게 놓으며 햇살처럼 웃는다. 양지 바른 담벼락에 그놈들 빨간 코를 맞대고 살가운 바람에 고추를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정령]

충북단양출생.

2014계간≪리토피아≫로등단.

전국계간문예지작품상수상

시집『연꽃홍수』, 『크크라는갑』, 『자자, 나비야』.

부천문협회원, 부천여성문학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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