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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속력이다 외1편 / 박완호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14 [07:09] | 조회수 : 79

 

  © 시인뉴스 포엠



나는 전속력이다

 박완호

 

 

 

전속력이다 잔뜩 부푼 여자애 하나 언덕을 달린다 햇살이 손가락으로 빠르게 바큇살을 돌린다

 

징검다리에서 그만 널 놓치고 만다 저만치 개울에 빠진 얼굴이 날 빤히 쳐다본다 가쁜 물소리가 귓바퀴를 굴리며 달려간다 넌,

 

꽃 말고 별이랬지 코스모스는 네 은하 속 떠돌이별, 네가 살던 집의 하얀 번지를 기억해 그날 속 모르고 깜빡이던 가로등은 무슨 말을 중얼거렸던 걸까 초등학교 담장 옆 골목길은 또 뭐라고, 걷다 보면 그곳이 되어주는 길들을 아직 지나는 중이야 넌 어디쯤이니  

 

사랑을 놓친 자리 마음이 되게 헐겁다

연두였다 분홍이다 초록이다 빨강이다

손짓 하나까지도 죄다 알록달록한,

 

한 장 남은 꽃잎마저 떨구려 안간힘 쓰는 꽃샘바람 속을 간다 널 지워야 하는 줄 알았는데 날 먼저 비워야 했다 얼마나 더 걸어야 내 안의 널 다 비우게 될까

 

네게서 멀어지는 길이든 네게로 달려가는 길이든

난 이렇게 전속력인걸!

 
 
 
 
 
 

소낙비

 박완호

 

 

 

통속을 살짝 벗어난 리듬이다.

발 디딜 곳 어딘지 모르면서

다짜고짜 뛰어내리는 빗방울들.

누구나 겪는 첫사랑도

한바탕 시간의 세례를 받고 나면  

세상 하나뿐인 무엇이 되듯

어떤 상투는 익으면 눈부시다.

빗방울들 내려앉는 자리가

바람 따라 자꾸 바뀌어 간다.    

연거푸 한자리에 떨어지는 게  

상투라면, 바람이야말로

그걸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바람이 되어 불어가면

너와 나는 얼마나 싱싱해질까.

빗방울 처음 듣는 자리

저기쯤,

그때처럼 네가 서 있다.

 

 

 

 

 

 

 

박완호∥ 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 『너무 많은 당신』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아내의 문신』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내 안의 흔들림』 등이 있다. ‘김춘수시문학상’(2011) 수상. 〈서쪽〉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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