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무릎에 새 한 마리 들어와 산다 외1편 / 정상미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15 [14:09] | 조회수 : 225

 

  © 시인뉴스 포엠



무릎에 새 한 마리 들어와 산다 / 정상미

 

 

 

새가 울 때는 돌아오지 못했다

                                           

MRI는 무릎의 비밀을 캐고 있다

딱따구리가 쪼아대는 소리

나의 하반신에 박히는 부리들

 

새를 떠나보냈지만

높이 오를수록 외로운 나의 산들이 불려 나온다

여우목고개 내려올 때 새 한마리

무릎으로 다시 돌아왔을까

 

어둠이 창문을 조이면

나는 헐렁해지면서 한쪽으로 기울었을 것이다

소음도 익숙해지면 가까운 발자국은 사라진다

 

평지만 걸으라는 의사의 말

뼛속으로 나비는 날아들고

그녀가 떠나고 있다

 

무릎새가 하이힐을 던져버릴 때

지나간 자리가 삭아내리는 바깥을 오래 들여다본다

 

이제 나는

구두 머리맡까지 내려오는 계단을 접고

깊은 곳에 닿아야 한다

 

몸에 빚진 저녁이 공연히 낮아지고 있다

 

 

 

 

 

 

  앵두장수* / 정상미

 

 

  누군가는 무지개로 올가미를 치고 누군가는 초록 잎새를 덮어 덫을 놓고 있었다

 

 

  두 발은 첫발보다 질겼고 세 발은 두 발보다 처참했다 빠져나오려고 더 심하게 무너졌다 나오려 할수록 늪이어서 여자는 여자를 버렸다 버릴 수밖에 없어 까매졌다 여자의 몸속에서 사람이 뽑혀나갔다  껍데기만 남은 채 그들이 부르는 대로 노예가 되었다 살아도 죽은 몸, 황폐해진 마음, 봄바람은 실종되고 그토록 바라던 로그아웃과 삭제는 조롱을 쏟아내며 복제 복제 무한복제, 지상의 신은 다 죽어서 비밀의 방에는 밤낮으로 영혼 없는 그림자들이 출렁거렸다

 

  방에선 먹이를 두고 날마다 사냥이 이루어졌다 사냥꾼들은 양심도 영혼도 공중에 벗어던지고 일찍이 사람이라는 이름을 내려놓았다 번지르르한 탈을 쓴 짐승들은 킬킬대고 으르릉거리다가 수시로 이빨과 발톱으로 먹이를 물어뜯었다 세포분열을 거듭한 방마다 새 먹이를 물어 날랐다 더러운 입과 눈으로 아랫도리로 썩은내를 풍기며 사람 사냥을 하는 짐승들 꼭꼭 숨었다 꼬리는 잡히는데 몸통이 보이지 않는 비밀의 방을 찾아라 짐승들의 조소가 뒤섞여 차오르는 방,

 

  지금도 어디선가 앵두를 팔고 있다 

 

 

 

 *앵두장수: 잘못을 저지르고 자취를 감춰버리는 사람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