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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리듯 지나간 외1편 / 맹수연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15 [14:11] | 조회수 : 113

 

  © 시인뉴스 포엠



 

잃어버리듯 지나간

 맹수연

 

 

지루한 오후가 저물어가고

도시에 헌납한 청춘들이 굴러다닌다

새빨간 애증들은 거리에 희석되고

이내 딱딱한 이별이 되어 발에 채이곤 한다

 

선택이란 나에게 이제 사치다

그는 낡은 모자마저 빈 벤치에 양보한다

지나온 길을 더듬다 보면

나에게도 뜨겁게 상처 입을 기회들과

보잘것없는 책임들이 얼룩처럼 남아있건만

 

용기 있게 손을 한번 비벼보면

소란스러운 기억들이 각질처럼 떨어진다

 

호기심 내세워 빚진 세월에

나만 홀로 가만히 늙었다.

 

 

 

 

 

 

 

 

 

 

 

 

 

 

 

 

 

 

 

 

 

도가니

 

           맹수연

 

 

손가락 틈 사이로 세상을 보면

부끄러움을 모른다

거룩한 위선의 그림자로 얼굴을 덮고

휘적휘적 걸어보면 그만이다

번쩍이는 구두짝에서

기름 섞인 바다내음이 난다

손끝으로만 배웠던 바다

새빨간 유죄의 파도 소리

 

아이들은 바다를 모른다

눈을 감으면 요동치는 새하얀 비둘기떼

아이들은 두 손을 조용히 감춘다

세상은 접히는 거울 같았다

꼬깃꼬깃 접어 입속에 넣으면

더러운 충치들이 수백개의 날을 세우고 노려본다

 

아이들은 바다를 배워야 했다

손끝이 문드러지도록 파도와 마주쳤다

마음이 으스러져 달빛 아래로 떨어지고

관대한 바다는 현기증을 주워댔다

파도가 쓸어가는 애매한 증거

암흑 속에 반짝이는 겨울의 바다

 

아이들은 소리 없이

입속의 거울을 토해낸다

한때는 빛나던 녹슨 모래 위에서

눅눅한 잠을 잔다.

 

 

 

 

 

 

[맹수연 시인 약력]

 

1987.02.17 세상과 만남.

로맨티스트 운명론자

 

2009 서정문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학사졸업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공학석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버니버닛() 대표이사

()엑스컴퍼니 대표이사

선진문학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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