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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기차를 타고 외1편 / 권이화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0/16 [10:25] | 조회수 : 68

 

  © 시인뉴스 포엠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기차를 타고

 권이화

 

 

 어제의 젖은 문장을 지나갑니다

 

 산타마을에서 당나귀를 타고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들으며

 잠들기 전 십자매를 안고 슈바빙으로 가야 할 텐데                

 

 슈바빙 슈바빙 부르는 사이 눈이 내리고

 오늘의 십자매는 귀를 곤두세웁니다

 

 어제는 산타마을 동쪽에서 놀았습니다

 눈썹을 세우고 미간을 좁혔어도

 산타들의 행렬을 따라 마을을 떠났다 돌아오곤 했지요

 

 빠르게 노래를 관통해버린 태양의 흑점

 사랑이 기차를 타고 몰락으로 가는 길입니다

 

 눈이 그치면 당나귀를 몰고 코가 푹 빠질 때까지

 십자매와 나란히 북쪽으로 갈수도 있습니다  

 

 새벽녘 푸른 안개 속에 솟아오르는 일몰까지

 끝없이 이어진 젖은 문장을 지나 노래는 이어지고

 끝내 닿을 수 없을 때

 

 슈바빙 슈바빙 부르다 나는

 십자매를 놓쳐버리고

 당나귀는 멀리서 울음을 터트릴 텐데

 

 비가 내리는 오늘의 젖은 문장을 지나갑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

 
 
 
 
 
 
 

빗살무늬구름을 넘어

 

 

 

 

휘파람 불며 빛을 산란하는 초록방울들 우르르 몰려든다

외로운 잠을 열어 그려보는 고령高嶺, 얼마나 푸를까?

 

오동꽃물 갈래갈래 흘러와 모이는

고령을 넘어 고령高嶺으로 가는 창문을 열면

약속처럼 바람이 손끝에 닿는다

 

방울새의 울음이 간직한 강물을 따라

무수한 소리를 건너면

거기 내 희미하지만 정직한 물소리 들을 수 있을까?

 

고령의 저녁 하늘로 날아오는 새들이 날아가는 새들과 겹쳐진다

 

초록감빛이 든 능선에서 목신들과 푸른 잔치 벌리겠네

서쪽으로 가는 새들도 날개를 활짝 펴고

빛을 실어오고 실어가고, 내 고령高嶺이어도 좋을 고령

 

고령을 넘어 고령高嶺으로 간다

대가야의 빗살무늬구름을 넘어

 

 

 

권이화_2014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어둠을 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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