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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그리고 김광섭, 차한수의 ‘별’에 대하여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1/03 [09:57] | 조회수 : 412

 

  © 시인뉴스 포엠



[시가 되는 그림, 그림이 되는 시]고흐, 그리고 김광섭, 차한수의 ‘별’에 대하여

 

                                                                송유미

 

 

저 숱한 별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 -'알퐁스 도데'

가을 별들은 유난히 반짝인다. 하늘의 보석처럼 영롱하다. 높은 가을밤의 반짝거리는 별을 올려다보면, 알퐁스 도데의 <>에 나오는 목동과 스테파네트 아가씨와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황순원의 <소나기> 소설에 나오는 소녀와 소년의 첫사랑을 절로 떠올리게 된다.

유성우라도 쏟아지는 가을밤에는 누구라도 동심으로 돌아가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하고 별을 헤게 된다. 가을은 별 하나의 고독과 별 하나의 사랑과 그 외 많은 것들을 밤하늘에서 떠올리게 하는 사색의 계절이 분명한 것 같다.

별은 사회적 신분과 지위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별은 순결과 순수와 정결의 심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별들의 이동에 따라 국가나 큰 인물의 운명을 판단하고, 별의 움직임을 보고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농점처럼 사람의 운명도 별자리를 통해 미리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인생의 비애처럼 사람은 죽어서 그 별로 환생한다고 한다.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천문이론도 있다고 한다. 죽은 사람의 몸에 있던 수소 등이 우주로 퍼져 나가서 몇십 억 년 후에 별로 탄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별이 태어나는 시간의 길이는, 수학적인 시간을 떠나 버린다. 범천에서의 하루가 사람의 시간으로는 무려 4320년이 된다고 한다. 겁이 지나야  별로 태어난다는 계산을 떠올리면 그냥 아득해진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녁에>-'김광섭'

이 시는 '유심초'<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란 제목의 대중가요로 널리 알려진 다. 김광섭 시인은 이 시를 196911<월간중앙>(20)에 발표했고, 그의 시집 <겨울날>에 게재된 시다. 그러나 음률에 실려 노래가 될 정도로 아름다운 가사는 인생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에 다름 아닌 것.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의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거리감은 또 시간과 동궤하고 인간의 시간은 다시 몇 번씩이나 윤회한다는, 불교 윤회사상이 근저에 깔려 있다 하겠다.

1970년 김환기(金煥基) 서양화가는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이 너무 좋아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화제(畵題)로 대작을 그렸다고 한다.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는 이는 어떤 마음이 들까. 고흐의 이 '별이 빛나는 밤'은 실제 가을날의 밤하늘의 별보다 아름다워 별 이상으로 사람의 영혼을 흔드는 그림이다.

초여드레 달빛이
옷섶을 가늘게
흔들고 있네
갈대잎도 겨울을
흔들고 있네
바람이 된 그대 생각에
무덤이 떠 있는
해변을 바라보면
전생의 그리움이
저 바다에
반짝이고 있네
<별자리>-차한수

누군가 종교는 설명해서 안 되는 것을 설명하는 세계라고 했다. 그렇다면 예술은 다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눈에 보이듯이 보여주는 세계는 아닐까. 가을밤은 짧고 별들이 반짝이는 시간 또한 너무나 짧고 짧은 찰나이다. 그러나 예술은 별보다 더 불멸한 별이 아닐까.

고인이 되신 차한수 시인의 <별자리> 역시 '전생의 그리움'이 저 바다에 내려와 반짝인다고 노래한다. '바람이 된 그대 생각에 무덤이 허공에 떠 있는 '초여드레 달빛' 아래에서는 그 누구라도 그리움으로 혼절하는 별을 품고 시공의 저 너머 사라져 간 이를 그리워할 것이다. 

유성우가 떨어지는 밤하늘의 북쪽 하늘에는 큰곰과 작은 곰, 기린, 작은 사자, 살쾡이까지 있고, 서쪽 하늘에는 양, 남쪽 하늘에는 바다뱀과 까마귀가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밝은 별은 아무래도 목동자리의 '악투루스'. 목동이 명랑한 모습으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동물들을 돌보는 것은, 처녀자리의 '아가씨' 때문이라고 한다.

처녀자리의 '아가씨'가 있기에 목동자리의 '목동'은 하늘의 동물들을 잘 돌볼 수 있다. 밤하늘의 별들은 우주의 꽃밭이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헤는 마음들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  <별자리>는 되새겨 읽을수록,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세계가 명징하게 별처럼 작은 소품 속에 형상화 되어 있다.

백 년의 고독과 같은 고흐가 살아생전 남긴 <론강…>은 세계 미술의 시장의 ''중의 ''인 셈이다. 그는 살아생전 그의 동생 '테오'가 사준 작품 외는 팔리지도 팔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남긴 많은 작품은 지금 현 세계의 미술시장을 다 먹여 살린다고 말이 나올 정도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최근 나온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에서 고흐는 말한다. “그림은 이미 자연 안에 있어 꺼내주기만 하면 돼.”라고. 시도 이렇게 되어야 불후의 명작이 되지 않을까. , 그 자체가 그림이었던 고흐. 그는 “무언가 빨려들어가”는 듯이 자신의 귀를 자른다. 그리고 아를의 강변에 앉아, 별 하나의 고독과 별 하나의 그리움과 예술의 고통을 그의 동생 테오에게 편지로 남겼다. 먼 하늘에 별이 되어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을 그의 편지를 이렇게 다시 읽을 수 있는 것은, 영원한 예술의 힘에 있다 하겠다.

나는 지금 아를의 강변에 앉아 있네.
욱신거리는 오른쪽 귀에서 강물 소리가 들리네.
별들은 알 수 없는 매혹으로 빛나고 있지만
저 맑음 속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는 건지
두 남녀(男女)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고 있다네.
이 강변에 앉을 때마다 목 밑까지 출렁이는 별빛의 흐름을 느낀다네.
나를 꿈꾸게 만든 것은 저 별빛이었을까.
별이 빛나는 밤에 캔버스는 초라한 돛단배처럼 어딘가로 나를 태워 갈 것 같기도 하네.
테오, 내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타라스콩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듯이 별들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네. 흔들리는 기차에서도 별은 빛나고 있었다네.
흔들리듯 가라앉듯 자꾸만 강물 쪽으로 무언가 빨려 들어가고 있네.
강변의 가로등, 고통스러운 것들은 저마다 빛을 뿜어내고 있다네.
심장처럼 파닥거리는 별빛을 자네에게 보여주고 싶네.
나는 노란색의 집으로 가서 숨죽여야 할 테지만
별빛은 계속 빛날 테지만. 캔버스에서 별빛 터지는 소리가 들리네.
테오, 나의 영혼이 물감처럼 하늘로 번져갈 수 있을까.

트왈라잇 블루, 푸른 대기를 뚫고 별 하나가 또 나오고 있네.

'18886,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고흐의 편지'

 

 

약력: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대표시집<검은 옥수수밭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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