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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당 받고 집 마당에 들어서는 아버지 외1편 / 박재홍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1/11 [10:32] | 조회수 : 263

 

하루 일당 받고 집 마당에 들어서는 아버지

 

 

 

 

동네 김 씨 아저씨와 몇몇이 겨울에 ‘놀면 뭐 해?’ 하면서 건축현장에 일당을 받고 일을 하러 다녔다 새벽에 커다란 총각무 반쪽에 연탄불 위에 올린 양은 대접에 찰랑거리는 막걸리 한잔에 허기를 메우며 사나운 눈빛이 되어 ‘나 다녀올라네’ 하고 훌쩍 정제 문턱을 넘을 무렵 방 안의 엄마는 ‘그라시오 고생허시요잉’ 이미 아버지는 모습이 사라졌다

 

어둑해질 무렵이면 개들도 주인을 찾는다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것이 ‘너 아베 오나 부다’ 연기가 무성한 정제에서는 밥물이 넘쳤고, 쿨럭거리는 엄마의 흐릿한 등이 보이고 돌아서는 찰나에 아버지는 개를 쓰다듬고 있었다

 

눈길을 건네는 아버지는 어둑새벽 사나운 눈이 아니라 노동에 지친 허기진 눈에 강물처럼 출렁이는 사랑이 영글어 있었다

 
 
 
 

  © 시인뉴스 포엠



 

태풍 지나간 자리

 

 

 

 

 

 

 

 

후드득 빛 좋은 개살구처럼 구르고 있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아버지의 노동의 잔해들이 퇴적층을 이루고 아버지는 한 소쿠리 먹을 것만 가지고 돌아오는데 뒤꼍을 도는 눈빛에 출렁거리는 바다가 보였다 염전에 일렁이던 하오의 태양처럼 붉게 충혈되는 일조가 있었다

 

 

 

 

 

 

 

 

 

 

 

 

 

 

박재홍 시인

 

2010년 계간 『시로여는세상』으로등단. 시집 『낮달의 춤』 『사인행』『섬진이야기』(사화집)

『연가부』 『물그림자』 『동박새』(2인시집) 『도마시장』(2014 세종도서문학나눔우수도서선정)

『신금 강별곡』 『모성의 만다라』 『꽃길』 『자복』 『노동의 꽃』(2020년 중소출판콘텐츠 창작지원기금 선정) 계간 『문학마당』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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