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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포록한 날/ 홍해리

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전선용시인 | 입력 : 2020/11/12 [10:43] | 조회수 : 491

 

  © 시인뉴스 포엠



잠포록한 날/ 홍해리

- 치매행致梅行 · 349

 

 

잠이 포로록 날아들 것만 같은

잠포록한 저녁

시도 때도 없는 아내가 잠을 잡니다

세실세실 웃으며 뭐라고 말을 합니다

입술을 달싹이지만 알아들을 수 없어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매화가 핀 길을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시월보름날

마당에 나가 둥그렇게 비치는 달을

마냥 올려다봅니다

처녓적 아내의 젖무덤처럼

달꽃이 노랗게 피었습니다

내가 아내를 내려다보듯

달도 나를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홍해리 시인의 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중에서, 놀북 2020.

 

 

사족)

 

홍해리 시인의 부인께서는 오랫동안 치매로 투병 중이다. 관련하여 공식적으로 써내려간 시만 421, 어쩌면 천 편 가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시편은 치매행 4권 째 수록된 작품으로 <아내를 팔다- 치매행 · 400>도 같이 포함돼 있다. 아마도 어느 얼 나간 사람이 아내를 팔아서 시를 쓴다고 뒷말로 수군거린 모양인데,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지껄인 뭇사람 탓에 마음이 많이 상했던 것 같다.

 

잠포록하다를 사전적으로 찾아보면 날이 흐리고 바람기가 없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숲이며 물결이며 모두 잠잠하고, 날이 흐릿하여 조금은 무겁지만 포근한 느낌이 드는 날씨를 말한다. 유동적이지 않고 정지된 아내의 상태, 미동도 없이 잠든 아내를 바라보면서 시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움직이지 않은 모든 사물은 살아있어도 죽음으로 취급된다. 바위가 그렇고 움직이지 않는 사물이 그렇다.

 

 

치매를 망령들었다고 표현했던 옛시절, 복잡 다변화된 현대에 이르러 이 병은 사회적 문젯거리로 대두됐다. 앞으로 갈수록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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