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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양식/ 이영숙

전선용 시인의 그림으로 읽는 詩

전선용시인 | 입력 : 2020/12/08 [20:03] | 조회수 : 402

 

  © 시인뉴스 포엠



우리의 양식/ 이영숙

- 노동열사 전상서

 

 

거기까지는 차마 가지 못한다

숯불을 디디는 맨발로도

열 동이의 눈물로도

백 권의 책으로도

 

그대가 우리의 준엄한 양식糧食이다

노동이 이 시대의 고결한 양식糧食이다. 참과 조롱 사이에서

겨우 그대를 잊지 않고 지내는 나날들

부끄러움은 우리의 새 거주지가 되었다

 

바리게이트

물대포

채증

 

날것의 자본 날것의 체제 생살 뜯어먹는

날것의 역사를 자백하는 목록 뒤에서

 

죽임이 삭발을 부르고

죽임을 단식을 부르고

죽임을 깃발을 부르고

죽임이 물가에 둘러 핀 수선화처럼 연대를 부를 때

 

죽음이 살아나

죽임을 호명한다 두려운 줄도 모르고

죽임의 목록들은 TV에서 신문에서 엔터테인먼트하다

 

 

이영숙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 미스터리』중에서

 

 

 

 

사족)

 

노동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이다. 자본가들로부터 핍박과 갈취를 당하며 노예취급을 받으며 근근이 뿌리내린 그들은, 산업현장 최전방에서 흘린 피와 땀이 제목에서처럼 우리의 양식이 됐다. 대표적인 인물로 전태일을 비롯해, 거명되지 못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의 수단으로 헌신하다가 사고로, 또는 질병으로 죽어나갔고 지금도 여러 가지 이유로 죽어가고 있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일이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난에 처해보지 않았다면 굳이 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지만, 그 입장에 돼보지 않고선 또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노동자의 삶이다.

 

노동자가 되고 싶어서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황이, 여건이, 처지가 그들을 현장으로 내몰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된 것이다. 그러나 부당한 대우나 부적절한 처우 때문에 그들이 부득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 그 순간은 절대 절명의 순간, 죽음을 불사하고라도 투쟁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죽임이 삭발을 부르고/죽임을 단식을 부르고/죽임을 깃발을 부르고/- 이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노동의 역사는 오늘까지 이르고 있다. 어쩌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죽음의 행진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은 권력을 위한 것도 아니고 권세를 누리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의 가치를 위해 싸우는 것일 뿐이다.

 

누군가 힘에 부쳐 쓰러져 갈 때 시인은 이 시편처럼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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