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라는 말을 밤새 읽었다/신휘
고비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이름이 있다
세상에는 끝도 없이 가야 할
오래고 슬픈 길이 있다
걸을 때마다 발길에 채는 자갈돌처럼
아픈 낱말이 있다
너무도 건조해 되레 눈시울 젖는 황막한 이름의, 지도에도 없는
고비라는,
그 말을 밤새 혼자 읽었던 적이 있다
신휘 시인의 시집 『꽃이라는 말이 있다』 중에서
사족)
퍼뜩 고비사막이 떠올랐다. 사막이란 곳은 특화된 생물만 근근이 살아갈 수 있는 최악의 터다. 동음이의어‘고비’는 몽골사막의 지명이기도 하고, 일이 돼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나 대목, 또는 막다른 절정을 말하기도 한다. 두 의미의 교집합은 ‘위기상황’이지 싶다. 위기를 피할 방법이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다. 시인은 고비를 밤새 곱씹으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단출하지만, 할 말은 다 한 이 시편은 절제가 돋보인다. 주절주절 중언부언하지 않고 딱 할 말만 했지만, 앙꼬가 그득한 시가 먹음직스럽다.
고비는 누구에게 오는 길목이다. /지도에도 없는/-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불현 듯 찾아드는 이 길에 시인은 황망해 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자 밤을 부여잡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 고비를 넘어야 희망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고비의 순간은 발에 채는 자갈처럼 아프지만, 얼마가지 않아 굳은살이 되고 말일이다. 고비사막도 끝이 있는 법이다. <저작권자 ⓒ 시인뉴스 포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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