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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저녁을 굴리면 되돌아오는 여름이 있어요외1편 / Daisy Kim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2/30 [09:54] | 조회수 : 293

 

  © 시인뉴스 포엠



자전거를 타고 저녁을 굴리면 되돌아오는 여름이 있어요

 

Daisy Kim

 

굴러가는 공처럼 자전거는 여름을 점점 굴리다가 멈췄어요

지나간 비의 방향도 지구의 끝도 아닌 갈 때까지 갔다는 신호일까요

 

속도를 줄여도 균형을 멈추어도 빙글빙글 도착한다는 어떤 법칙이 있듯이 빵빵한 바람이 빠지는 것은 솔기가 터진 공의 마음을 잠시 멈추는 것일지도 몰라요

 

꽉 조이고 기름을 두를까요

고소한 바람을 넣을까요

 

비는 장소를 가리지만 사람은 가리지 않고 내린다는 걸 알 수 있지만 낡은 바퀴가 젖은 지구의 면을 굴리는 아슬아슬한 나날의 속도는 알 수 없어요

 

발 끝을 세운 시간의 난간 위

계절의 사거리로 앙상해진 여름이 굴러가고 있어요

 

오르막도 내리막도 아닌 노을의 발자국 위에 멈추어 서서 끝말잇기에 지는 것도 괜찮다고 우겨보는 저녁이에요

 

 

 

 

 

펜로즈의 계단

 

Daisy Kim

 

이것은 풀 수 없는 수학 공식

 

 

오직 내려오기 위해 올라가며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순환의 방식이다

 

위태로운 아랫길은 목적지가 될 수 없어 뒤꿈치를 돌아보지 않는 갑과

가파른 미래를 무릎 삐걱거리도록 올라도 바닥의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을의 공간 속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는 ㄱ과 납작한 발아래를 내려가는 ㄴ은 공식을 구하지 못하고 눈높이가 다른 서로의 방향만 맴도는 관계다

 

뒤를 밟고 올라도 꼭대기는 없어 평면에만 머무는 계단의 관성

고단한 호흡이 엎드린 계단을 물끄러미 착시한다

 

위와 아래를 경계 짓는 불평등의 처세

 

계단은 더 이상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오르는 통로가 아니다

 

방식은 달라도 속내를 감춘 내면의 밑바탕, 부조리 없이 쳇바퀴를 굴리며 등에 짊어진 가족의 무게는 같다

 

 

 

 

Daisy Kim

서울출생

하와이 거주

미네르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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