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공(空) 외1편 / 이 령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2/30 [10:45] | 조회수 : 444

 

  © 시인뉴스 포엠



() / 이 령

 

 

 

새떼가 터놓은 공멸의 파문이

과녁에 꽂혀 떨고 있는 화살처럼 파다하다

이 계절을 장식하는 쓸쓸함은 모조리 간벌된 옛 추억의 소산이지만

그리움이란 근본 면역이 없어 구름을 채록하는 저 새떼의 행락에도

느닷없이 일던 생의 어둠을 꺼내 포쇄(暴曬)하는 것이다

기억을 재편성하듯 하늘은 해종일 구름을 몰고 다니고

새떼는 날개 깊숙이 감췄던 이름들을 길어 올릴 때

나는 설핏 이운 눈물을 끌어 모아 남은 생의 권도를 생각 한다

떠밀리듯 짐짓 알고도 모른 척 걸어왔던

조락한 내 삶의 목록들을 펄럭이며 날아오르는 저 새떼의 비상 아래서

웃자란 허명만큼 나로부터 멀어진 내가, 나를 관통했던 얼굴들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불가사의한 방 / 이 령

 

 

 

()이다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이다

썩은 시간의 냄새 , 기류에 편승하지 못한 이들의 아우성이다

틸문, 천공의 성에 닿으려고 새삼 골똘한 밤이다

혁명가가 광장에서 깨진 사상을 수리 한다

앵커가 거품을 물고 평화를 타전 한다

찌지직찍 비둘기가 구역질 한다

올리브 열매를 물고 온 비둘기가 소음에 깔려죽자 비린내가 진동 한다

비둘기가 사라지자 죽기엔 너무 이른 앵커마저 평화를 가장 한다

자취방 알전구 빛이 무지개로 뜬다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구직(求職)란이 구신(仇信)란으로 굴절된다, 미궁이다

문을 열어줄래! 잃어버린 신을 불러볼게!

인간(人間) 시간(時間) 공간(空間) 안에

밑도 끝도 없는 주문만 쌓여간다

봉인된 채 문드러진 문장들, 잘 길들여진 시간 안에서

이생은 누구도 완성하지 못할 연대기다

 

 

 

 

 

약력

 

<시집>

시인하다

삼국유사대서사시-사랑편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김평엽
이화영
전형철
서대선
이서빈
심우기
허갑순
허갑순
마경덕
이영춘
백현국
이충재
권영옥
박일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