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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란의 질서 외 1편 / 허은희

정유진기자 | 입력 : 2020/12/31 [10:01] | 조회수 : 86

 

  © 시인뉴스 포엠



교란의 질서 외 1

 

허은희

 

 

 

계곡 물속 꼬물꼬물 올챙이 알

처마 끝 종알종알 제비 알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

쓰러진 고목 틈에서 자란 벌레는

개구리가 되고 제비가 됩니다.

 

 암수 교미는 의도된 동작이 아니에요. 유전이 전이된 발작일 뿐입니다. 전기충격에 놀라 잠깐 기절한 물고기가 견뎌내는 딱 그 정도의 시간. 입가에 묻은 거품을 닦고 발작 이전으로 돌아기 적당한 시간이죠.

 

 자극에 충실했을 뿐이에요. 잠깐 고민도 했죠. 반응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에 대해서. 자극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너무 짧았습니다. 모든 선택은 순식간이니까.

 

 이제 막 껍질을 터뜨리고 기어 나오는 알몸. 둥근 알 줄줄이 쏟아집니다. 눈도 없고 귀도 없어요. 얼굴이 전부 입이라서 목소리만 우렁찹니다.

 

 입 없는 당신에게 제 어미를 분양합니다. 그녀를 경험하세요.

 

 

 

 

 

 

 

 

 

 

 

 

 

 

 

 

 

 

 

미래진행형으로 내리는 비

 

                                                   

 빗나간 예보는 약속 시간을 자주 잊어버리는 당신의 표정을 닮았습니다. 무안은 미안을 동반하나요. 저 무서운 커튼 색깔은 커튼 잘못인가요 색깔 잘못인가요. 나에게 미안할까요 무안할까요. 소나기에 젖습니다. 바람과 구름이 몸 섞는 소리는 언제나 소란합니다. 옷이 마르는 동안 몸을 적시고 떠난 빗방울의 개수를 생각합니다. 반짝이는 별빛이 드문드문 빛났던가. 멀어진 빛의 무리는 어느 창문을 두드리고 있는지. 별빛은 그저, 잘 못 배달 된 사고였다고 묻어둡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합니다. 우연은 단 한번으로만 빛나니까.

 

 소나기는 옷이 마르기 전에 다시 쏟아집니다. 팽팽하게 날 선 빨랫줄이 삭아 떨어집니다. 겁먹지 않습니다. 젖었다는 게 최후가 아니라는 걸 나는 알아요.

 

 

 

 

 

 

 

 

 

 

 

 

 

 

 

 

 

 

 

 

 

 

 

 

허은희 : 2003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열한 번째 밤』. 28회 인천문학상 수상. 3회 사사사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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