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서 (외1편) / 이숙희
너라서
너라서 별을 바가지로 풀 수 있는 곳에 집을 짓는다 권세 부리던 양반 묏자리만한 방 한 칸 화장실 넣고 방음도 한다 스프링 좋은 침대 방문을 열면 보이는 곳 풍금도 앉히고 책상은 머리맡 벽에 붙인다 잠 오지 않는 밤 너라서 날이 밝도록 침대 위에서 뛰고 주문 외우듯 중얼거려도 아침은 오지 않는다 상수리나무 끝 잠자리 간드러지게 춤추고 너라서 책상 위 귀 막고 웅크려 앉은 방 안은 햇볕 한줌이 없다 올빼미처럼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한 뼘 창 한 음절씩 끊어져 들리는 풍금소리 별을 바가지로 풀 수 있는 곳에 집을 지어도 너라서 의견을 무시하고 세상을 막는다.
병영역
우리는 열두 살 강원도에서 전학 온 화숙이는 작고 마르고 활발한 아이였다
송신소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맞춰 논일을 나가시는 아버지 학교 회비를 미루는 일은 없었다
화숙이는 맨날 놀고 논일하는 부모도 없었다 회비를 못 내서 선생님께 불려 가는 날 기찻길 옆 제재소에서 나무 켜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며 회비 내줄 오빠가 방학하면 온다고 자랑했다
그때 우리는 열두 살 대학 다니는 위대한 오빠는 먹고사는 것도 해결할 줄 알았다
여름방학 화숙이는 홀로 병영역에서 부산행 기차를 탔다.
이숙희
1962년 경주출생/ 울산에서 성장 1986년 「한국여성시」 등에 시발표로 등단 시집 <옥수수밭 옆집>, <바라보다> 등 한국작가회의 회원 울산작가회의 회원 2015년 제11회 울산작가상 수상 2018년 울산문화재단 문예진흥기금 선정 2018년 제21회 <울산광역시 공예품대전> 장려상 수상 2019년 제40회 전국공모<신라미술대전> 공예(도자)부문 입선 2019년 제45회 <전국공모 부산미술대전> 공예(도자)부문 입선 2020년 제24회 전국공모 <울산미술대전> 공예(도자)부문 입선 2020년 제47회 전국공모 <경상북도미술대전> 공예부문 입선 2020년 제40회 전국공모 <대구 미술/공예/서예/문인화/민화대전> 공예(도자)부문 입선 2020년 제43회 전국공모 <경상남도미술대전> 공예(도자)부문 입선 2020년 제41회 전국공모 <신라미술대전> 공예(도자) 부문 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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