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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의 감정 외 1편 / 김건화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05 [00:46] | 조회수 : 220

 

  © 시인뉴스 포엠



 

가위의 감정 외 1

 

김건화

 

 

잡념의 온상인 머리카락은

생각 부스러기를 먹고 자란다

매일 윤기 나게 쓸고 닦아도

잡동사니로 쌓여가는 집안 같다

망상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무의식의 밑바닥에 자리한

거미줄처럼 얽힌 갈등의 관계망

급기야 잘라낼 가위를 찾는다

뒤엉킨 실타래 매듭을 풀 수 없을 땐

칼보다 가위는 더 요긴한 물건

엄지와 검지에 감정이 실린 가위일수록

상대를 겨냥하는 무기를 닮았다

단호한 결심 두 손가락을 오므리면  

먹먹한 주먹 절제의 감정이

펼치면 무장해제의 보자기가 된다

반복되는 가위, 바위, 보 게임에서

, 무엇인가 어쩔 수 없이 잘라내야 할 때

두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운다

한 가닥 기대와 후회마저 없이

미련 없이 싹둑 잘라 달라고

 

 

 

 

 

 

 

 

 

 

 

그 남자가 사는 법

 

 

세 개의 성을 가진 남자는

세 사람의 몫을 살아야 하지

 

종일 새장 속에 갇혀서

방언들과 씨름하느라

자기가 새라는 것조차 잊었지

 

언젠가 깃을 치며 날아오르리라는

낙관적인 관망에 헛배만 부른 남자

 

사랑할 땐 최선을 다하기에

지나간 사랑은 미련조차 없는

오늘 만난 여자가 이상형인 사랑꾼

 

가두리 양식장의 눈먼 고기에겐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이를 주는 남자

 

젖은 영혼 상처를 어루만지며

우산이 되어주는 남자

 

필요충분조건의 세 명의 여자쯤

거뜬히 품고도 남을 남자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라며

불 꺼진 잿더미를 뒤적여

사리 같은 를 찾는다

 

 

 

 

 

약력

경북 상주 출생

2016《시와경계》신인상 등단

동서문학상, 산림문화 공모 등에서 수상

형상시학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시집 『손톱의 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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