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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옥문 깨뜨리셔요 외1편/ 정숙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05 [10:36] | 조회수 : 80

 

  © 시인뉴스 포엠



 

제 옥문 깨뜨리셔요

                       ------향피리 1

 

이 몸, 그대가 불어주지 않으면 한갓

죽은 대나무일 뿐

 

다시 혼불 지피며 되살아나고 싶어요

석양을 지우면서 밤이 번져나고 있어요

어서 입김을 불어 넣어주셔요 뜨거이

더 뜨거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쓰레기 더미에서 치민 그대 분노 곰삭히며

마침내 혼절할 듯 떨리는 몸짓으로

차갑게 굳은 제 살에 숨결을, 피를 돌게 해주셔요

 

동짓달 긴 겨울 밤바람에 시달리면서

부대끼면서 막힌 숨구멍의 석녀, 하도 허망해서

더 이상 소리 내지 못했어도 한 때 떨림의

황홀함 잊지 못하는 밤의 낭떠러지

쌓인 미움 다 태우며, 그 벼랑 끝이  

비록 명부일지라도 활짝 꽃피우렵니다

 

차갑게 닫힌 제 옥문 두드리셔요.

살이 떨리면 두근두근 심장이 깨어나지요

, 쏘면서 질 붉고 달착지근한 꽃뱀처럼

속 파고들어 꽁꽁 언 가슴 녹여드리겠어요

그득히 채워드릴래요 그대,

어둔 밤 달아오르기 기다리는 이녁은 향피리여요

 

 

 

 

 

 

 

 

석녀의 노래          

                                    --향피리 2

 

두려워요 거듭 태어나 그대 숨결로 꽃 피며

뜨거운 피 간절히 흐르고픈 이 몸이어요

 

빈 잔 채울 길 없어 스스로 깨뜨려서 얻는

그릇의 홀가분함으로 눈물을 녹여버릴 때

그대의 잔 향기로이 채울 힘 생기더이까

 

저 별빛으로 눈물 삼키면

*애왇봄이 둥근 달 키워 밤길 불 밝히며 굽이굽이

긴 아리랑 고개 넘어가더이까

 

질그릇 하나 깨어진다고 세상이 무너지더이까

정갈하게 흙을 빚어 뜨겁게 새로 구우라지만

은애의 입김, 반색하며 흐느낄 수 없는

한 맺힌 이 마디 제발 풀어주시어요

 

*슬픔

 

 

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신처용가>1996 <위기의 꽃>2002 <불의 눈빛>2006 <영상시집>2005<바람다비제>2009 <유배시편>시집 2011[DVD] 출간 2012<시선집-돛대도 아니 달고> 7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2015 전자시집 <그가 날 흐느끼게 하네><한국대표서정시100인선,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2019) <연인, 있어요>(2020)

2010, 1월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20151223일 대구시인 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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