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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이탈 외1편 / 이해원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05 [10:46] | 조회수 : 88

 

  © 시인뉴스 포엠

 

궤도 이탈

 

 

이해원

                                                                             

  오토바이가 그를 발사했다 가로수를 들이받고 헬멧이 분리됐다카운트다운이 생략된 찰나였다

 

  5061번 침대, 목 보호대가 몸보다 무거운 머리를 받치고 있다 호치키스로 세 개의 침을 머리에 박았다 저장된 정보들이 더 이상 바깥으로 새지 않는다 간호사가 탈지면에 신음을 닦고 석 장의 사진이 벽에 걸린다 뼈 사이로 펼쳐진 깜깜한 우주공간에서 경추 2번과 3번이 도킹을 시도했다 그의 발은 바퀴로 교체되고 팔은 철심으로 고정되었다 그의 비상식량은 튜브로 공급되는 5% 포도당, 그는 팔뚝으로 식사를 한다  

 

  횡단보도에 현수막이 걸렸다 제보를 기다리는 동안 침대에는 이름보다 큰 ‘절대 안정’이 매달렸다 전화선을 타고 속속 날아드는 지상 관제소의 지시란 언제나 사소한 것들이다 그는 깊은 잠에 빠졌다 고요의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 잡는 꿈이라도 꾸는지 가끔 손가락이 찌처럼 꼼지락거린다 그는 언제쯤 지구로 귀환할 수 있을까

 

 

 

 

 

 

 

 

 

 

 

 

 

 

 

 

나무 위 농사  

 

 

이해원

 

 

녹색이 사라진 겨울

저것은 유혹이다

 

나무 위에서 허기진 새를 부르는

초록의 밥상

새의 몸을 통과해야만 발아할 수 있는 열매를 한 상 차려놓았다

씨앗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새들이다

 

직박구리는 뽕나무 참나무 가리지 않고 꽁무니로 씨를 뿌린다

잎이 진 나무 위의 농사는 헛농사가 없다

아찔한 허공으로 미끄러져도

끈적한 줄에 달려 살랑살랑 바람을 타며 거리를 잰다

적당한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수액을 빠는 씨앗은

나무의 몸이 최적의 장소

 

유모가 된 나무는 젖을 물리며 더불어 살아간다

 

겨울은 노골적인 계절

시야가 확 트인 나뭇가지에 활짝 모습을 드러낸 겨우살이

 

사람이 수확을 서두른다

낫이 달린 장대를 짚고

우듬지를 쳐다본다

 

 

 

 

 

등단: 2012<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일곱 명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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