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안경에 대한 짧은 추측 외1 / 권순해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05 [10:50] | 조회수 : 80

 

  © 시인뉴스 포엠



안경에 대한 짧은 추측 외1

 

 

권순해

 

 

낡은 의자 위에

한쪽이 부러진 안경이 누워 있다

 

수가성 두부집과 마릴린 호프집

몽블랑 빵집을 지나 블루빈 커피집을 거쳤을

비틀거리는 걸음이 누워 있다

 

집을 잃어버렸거나 누군가에게 버려졌다는

신고마저 없는 채로

 

밤새 고여있던 수소문이 훅 끼쳐 온다

 

그의 몸에 고스란히 찍혀 있는 어두운 이력들

어린 고양이가 살갑게 핥는다

아직 이슬이 맺혀 있는

간밤의 흔적을 지운다

 

눈에 밟히는 것들이 많아

유서조차 쓰지 못하는 변방의 안경들이여

 

의자 없이도 부디 안녕하기를

고양이의 따뜻한 혀를 생각하면서

 

 

 

 

 

 

 

 

 

 

  예루살렘

 

 

 

  안개가 자주 매봉산 귀퉁이를 파먹는 곳, 집집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 낯선 사람에게 개가 꼬리를 흔드는 곳, 지나가던 자동차들이 전봇대 뒤에 오줌을 누고 가는 곳, 길을 잘못 든 사람이 찢어진 선거 벽보가 붙어있는 폐가에 눌러앉는 곳, 느티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스피커에서 아침마다 젊은 이장의 문안 인사가 울려 퍼지는 곳, 욕을 먹어도 싫지 않은 곳, 원수를 사랑하며 착하게 살고 싶은 곳, 서로의 마음을 울타리 없이 드나들며 기대어 사는 성지聖地

 

 

 

 -2017년『포엠포엠』으로 등단, 시집『가만히 먼저 젖는 오후』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김평엽
이화영
전형철
서대선
이서빈
심우기
허갑순
허갑순
마경덕
이영춘
백현국
이충재
권영옥
박일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