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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빙의 습관 외1편 / 김미정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05 [10:53] | 조회수 : 251

 

  © 시인뉴스 포엠



 

결빙의 습관

 

 

 

길을 잃었다

천장을 뚫고 흘러나왔다

열선은 싸늘해지고

통과하지 못한 예감은 멍이 들었다

바람의 나부낌도 무게로 다가와

눈물의 흔적을 씻어 내려야 하는

폭포가 생겼다

흥건한 바닥에 물고기는 아직 오지않았다

일단 잠그기로 하자

 

틈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젖은 가슴을 닦는다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서로를 관통하지 못하고 얼어버린

검은 공터가 넓어져 간다

오로지 너를 통해서만 읽혔던 세상일들이

깊이와 길이를 잴 수 없는

흐르지 않는 물의 길

조용히 다문 결빙은 습관으로 변질되었다

 

동파된 가슴을 동여맨다고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잃어버렸던 표정을 하나씩 찾아 나서기로 하자

 

너의 혈관 안에

나의 맥박이 숨 쉴 수 있도록

얼음장 물꼬를 튼다

 

그의 공구 통에서 겨울이 부서진다

 

 

 

 

수국 필 무렵

               

 

 

시간을 길어 올린 겹겹의 무늬로

당신을 기다립니다

물 안에 담긴 흙담이

빈 의자 두 개 나란히 내어놓고

 

숲속의 바다로 떠날 거예요

변함없는 진심과

변하기 쉬운 신발을 머리에 이고

 

장마가 시작되면

수많은 눈망울이 생겨나요

당신의 심장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몽글한 별이 되어 대숲에 내려앉고

 

질곡의 뿌리 모아 비밀의 숲속에 심어요

염원의 꽃잎들 나비 날개 달아

소등껄이 환해지면

하늘과 구름과 샛강은 하나의 동그라미가 되어요

 

여기는 겨울이 없는 양지의 물 안

천 개의 물빛을 흙담에 바릅니다

 

돌아온 당신의 푸른 진심이 소복이 쌓이면

초여름을 흐르는 서낙동강 은빛 비늘에서

수국이 피어납니다

수국 수국하게,

 

 

 

     : 김미정

 

-    : 경남 김해 출생

 

        2020 <시현실> 등단, 시산맥 영남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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