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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치* 외1편 / 홍경나

정유진기자 | 입력 : 2021/01/05 [22:22] | 조회수 : 99

 

  © 시인뉴스 포엠





 

그믐치*

 

 

  사흘장을 치고 밀양 큰고모 부산 작은아버지 새나리 막내고모 모두 돌아갔습니다 엄마와 아빠 동생들은 건넌방에 나는 할머니와 안방에서 잠을 잤는데요 불현듯 오줌이 마려워 잠을 깼습니다 희읍스레 비치는 뜨물빛 장지문을 밀고 대청으로 나왔을 때 뒤울이** 한 올 오스스 뺨을 핥더니 왈칵 머리채를 낚아챘습니다 온몸이 처마고드름처럼 얼어붙는 것 같았는데요 새로 산 내 운동화 한 짝을 당실당실 신고 가서는 밤중에 남은 신 한 짝을 마저 가지러온다는 냇그랑 물귀신이며 두억시니*** 손말명**** 호구만명***** 꽃귀신****** 간을 파먹는다는 애장터 백여시까지 웅게웅게 모여 있다가 달라붙는 것 같았습니다 저승차사 해원맥 이승차사 이덕춘 강림차사 이도령이 저승길 든 할아버지서껀 너도 가자고 데리러 온 것 같았습니다 오줌도 못 누고 벼락같이 방으로 뛰어 들어와 솜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당긴 채 눈물콧물 범벅이 됐는데요 할머니가 놋요강을 방에 들이며 크렁크렁 젖은 목소리를 했습니다 악아 악아, 고마 울거라 니 할배 댕기갔는갑다 선딩이 니캉 정 띤다꼬 니 할배가 댕기간기라

 

  그렇게 왔던 할아버지는 다시는 오지 않았습니다 할머니 흰 고무신 벗어논 댓돌에도 조촘조촘 자최눈 쌓이는 안마당에도 볕뉘 같은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다녀간 뒤론 샌날*******도 진날********도 무싯날*********도 오지 않았습니다 딱 한 번 다녀가던 그날은 그믐치가 할아버지 오실 길 가실 길 모두 지울 듯 새벽까지 사물사물 내렸는데요

 

*그믐치 : 음력으로 그달의 마지막 날에 가까울 무렵에 비나 눈이 내림. 또는 그때의 비나 눈.

**뒤울이 : 북풍

***두억시니 : 모질고 사악한 귀신의 하나

****손말명 : 혼기가 찬 처녀가 죽어서 된 귀신

*****호구만명 : 천연두로 죽은 사람의 귀신

******꽃귀신 : 어린아이가 죽어서 된 귀신

*******샌날 : 비가 올 듯이 구름이 낀 날

********진날 : 비나 눈이 오는 날

*********무싯날 : 정기적으로 장이 서는 곳에서, 장이 서지 않는 날

 

 

 

 

 

 

 

  이미지 연습

 

  팥중이 버들박각시 깃동잠자리 구멍벌 나나니처럼 온다 다투어 자밤씩 재다가 한 뼘식 한 발씩 접어 또 무너지며 온다 관자놀이쯤에서 숫구멍자리쯤에서 도굴꾼처럼  장물아비처럼 생잡이로 온다 큰칼 쓰고 정명혈(睛明穴)을 지나 쩌렁쩌렁 백회혈(百會穴)을 건너 헛발질하며 풍지혈(風池穴)을 돌아서 온다 온다 기어코 온다 수요일과 금요일의 달무리를 둘러 북회귀선을 넘어 한랭전선처럼 온다 문을 열어 놓아도 오고 문을 닫아 놓아도 온다 눈대중도 없이 온다 썩은새 아래 흔전만전 곰슨 마늘내를 피우며 청화백자 연화문(蓮華紋)처럼 밝게 온다 오동나무 칠성판을 짊어지고 벌써 펼쳐놓은 남빛 겹명주 천금(天衾)으로 온다

 

 

 

 

 

 

 

약력

 

 

이름:  홍경나

 

약력:  <심상> 등단 (2007)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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