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타임
우리, 오랜만이지
반가움과 미안함이 배치된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메뉴는 경직된 표정이다 어떻게 지냈어, 잘 지냈지, 서로의 인사가 어색한 분위기를 젓는다
나는 그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
누그러진 포즈를 재배치하고 나란히 앉아 팔짱을 낀다 두 개의 심장이 나비 날개처럼 팔락인다
그가 팔을 사선으로 뻗어 셔터를 누른다
사각의 과녁에 파편처럼 찍힌 불안한 눈빛 흡연실 통유리 부스 속 담배연기 카페라테 위에 뿌려진 시나몬 향
겉도는 카페 25시
만남과 헤어짐을 깔고 앉아 다정한 영원 찰칵, 우리는 순간의 빛으로 사귄다 남는 건 비문 같은 사진밖에 없다
지금이라는 너
어제와 내일이 없다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감정은 가지 마, 가, 복선을 깔고
언제까지 인사인가
철새가 도래하는 지금은 떠나갈 곳이어서 떠나올 곳이기도 하다
만난 적도 헤어진 적도 없는 슬픔은 슬픔을 위해 양보한다
태어난 품처럼 낯선 플랫폼 악수는 계산되지 않은 연착처럼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잘 가
차창에 어리는 뜨거운 입김, 상행을 열면 바퀴를 따라가던 내 걸음이 궤도를 벗어난다
지금은 완벽하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가져간다
프로필
박봉희 2013년《시에》등단. 시집『복숭아꽃에도 복숭아꽃이 보이고』가 있음. <저작권자 ⓒ 시인뉴스 포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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